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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아웃사이더 Jan 04. 2022

대만 남자친구와 2주 만나고 2년 장거리를 하기까지-1

사귄 지 2주 만에 대만-유럽 장거리가 되어버린 우리 

결론부터 말하면 나와 대만 남자친구(팅이)는 사귄 지 2주 만에 2년의 해외 장거리를 하게 된 커플이다. 그동안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많은 일들을 배제하고 결론만 말하면 그렇다. 


왜 사귄 지 2주 만에 2년의 해외 장거리를 하게 되었냐면, 팅이가 유럽으로 석사 유학을 갔기 때문이다. 이 유학이 이미 대략 반년 전부터 확정이 되었기에 그때서 취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또한 팅이도 이런 사실을 나와 사귀기 전에 이미 나에게 알려주었고, 나도 이런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함께'라는 선택을 했다. 




나와 팅이의 첫 만남은 2019년 말로 거슬러 올러간다. 당시 나는 타이베이의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열렸던 파티에서 팅이를 처음으로 만났다. 나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팅이의 기억으로는 모르는 사람 속에서 어색해하고 있던 본인에게 내가 먼저 젠가를 같이 하자고 했단다. 


그렇게 젠가를 하고 통성명을 하던 중, 정말 우연히도 나와 팅이의 성(性)씨가 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의 성이 한국에는 보기 힘든 중국계 성이었고, 팅이의 할아버지도 중국에서 건너왔기에 대만에는 조금 흔하지 않은 중국계 성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통성명을 하고, 자연스럽게 라인 아이디를 교환 후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2019년 성탄절 파티에서 찍힌 사진. 빨간색 후드를 입은 사람이 나, 왼쪽 스티커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바로 팅이다. 

 

그 후에 팅이가 같이 밥을 먹자고 하거나, 같이 미술관에 가자는 연락을 보내왔다. 그러나 당시 정말로 다른 일이 있었던 나는 전부 다 거절했다. 한국인의 흔한 인사인 '다음에 같이 밥 먹자'라는 인사를 꼭 끝에 남기고 말이다. 그래서 그 당시 팅이는 내가 정말 추후에 연락을 해올 줄 알고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나 팅이는 그 후 1년 10개월을 더 기다린 후에야 나의 '같이 밥 먹자'라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팅이와 어떤 연락도 하지 않고 만나지도 않는 그 1년 10개월 동안 아주 가끔 팅이가 떠오르곤 했다.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다. 운명이나 인연을 전혀 믿지 않는데, 이상하게 팅이에 대한 생각이 잊을만하면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팅이의 근황을 알기란 매우 힘들었는데, 그 이유는 팅이가 페이스북 말고는 SNS를 전혀 하지 않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팅이가 생각날 때 팅이의 페이스북을 훔쳐보곤(?) 했는데 심지어 팅이는 글조차 올리지도 않는 그런 타입이었다. 그냥 명목상으로 페이스북을 남겨둔 그런 사람, 그게 바로 팅이였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나는 팅이의 근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팅이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혼자서 생각만 하던 2021년 8월 14일, 정말 이상하게 팅이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든 날이었다. 지금 연락을 안 하면 안 된다는 이상한 촉이 든 그때,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팅이에게 라인을 보냈다.


" 好久不見~過得好嗎? (오랜만이야~ 잘 지내?) "


그리고 대략 30분이 지났을까, 팅이에게서 답이 왔다. 


" 嗨嗨好久不見~很好哦!你都還好嗎?(하이 오랜만이네~잘 지내지! 넌 어때?) "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대화. 그림을 그리는 팅이에게 나는 아이패드로 그림을 가르쳐달라는 이상한 핑계를 대며 팅이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했는데, 팅이는 1년 10개월 만에 연락받은 것 치고는 꽤나 쿨하게 오케이를 해주었다.


 2021년 9월 5일, 무려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만난 우리는 소바를 먹으며 가볍게 근황 이야기를 했다. 그러던 중 팅이가 방글방글 웃으면서 충격적인 소식을 알려왔다 


" 我要去捷克念書!今年考上的~ (나 체코로 유학가! 올해 합격했어~) "

 

동유럽에 있는 건 알지만 지도를 보고 찾아보라고 하면 막상 헷갈리는 나라 체코, 팅이는 거기로 무려 2년의 유학을 떠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때 내가 팅이를 이미 엄청 좋아하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호감 정도가 있었을 뿐이었기에 팅이의 그 말을 듣자마자 나의 호감은 말 그대로 팍! 식어버렸다. 


일단 난 장거리 자체를 해본 적이 없고, 무엇보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만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체코로 떠나는 남자와 굳이 썸 같은 걸 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깔끔하게 마음을 정리하고 진짜 좋은 친구로 지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를 대했다. 

카페에서 팅이가 그려줬던 나. 


그렇게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담소를 나누는데 우연히도 서로의 생일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알게 된 건 우리의 생일이 5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무엇보다 정말 코앞이었다는 것. 처음 만난 날이 9월 5일이었는데, 나의 생일은 9월 11일이었고 팅이의 생일은 9월 16일이었다. 둘의 생일이 불과 보름도 안 남은 것이었다. 신기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팅이가 갑자기 물어왔다. 


" 那在你生日我們一起吃飯吧~(그럼 네 생일 때 같이 밥 먹자~) "


그렇게 친구로 남으려는 나와 팅이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약속을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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