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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고 Feb 27. 2023

붇옹산의 부동산스터디-13화

대치 vs 반포

제목이 조금은 자극적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때 금융권에 오래 몸담았던 사람으로 3~5년에 한 번씩 본사의 지침에 따라 인사 이동을 했던 탓에 대치와 반포 이 두 곳 모두에서 근무 했었던 점을 감안하여 지극히 본인이 느낀 개인적인 사견으로 조심스레 적어보려 한다.


부동산에 대한 인사이트를 넓히고 싶다거나 혹은 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붇옹산의 부동산 스터디’라는 온라인 카페의 존재를 아리라 생각한다.

이 카페를 둘러보다 보면, 대개 대치와 반포가 늘 화두에 오르곤 하는데, 대부분 논쟁이 되는 ’깜‘이라는 것의 시작은 바로 누군가 질문을 던지는 그 시점이다.


-대치로 갈까요? 반포로 갈까요?


이 질문에 대해 수십 개의 답글로 논쟁이 이어진다. 대치에 살고 있거나 대치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치를 쉴드 치게 되는 것이고, 반포에 거주하거나 반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의 반포에 투자해야하는 이유들을 다느라 여념이 없다. 한 때, 반포 지점에 오랜 동안 근무 했던 사람으로서 그 입지와 인프라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고, 늘 동경하는 동네로 기억 된다.

반포에 직장이 있다보니, 반포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출퇴근 시간에 그 지역의 인프라를 많이 이용하게 되었는데 여자들이 살기엔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의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곳이라 당시 미분양이었던 반포 대장주 *이 아파트를 질러 볼까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살고 싶은 동네라는 것에 한표.


내가 근무했던 곳은 강남 신세계 건너편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에 있었던 점포로 한강 변이 인접한 신반포 내의 핵노른자 단지가 코 앞에 있었다. 고객층들도 대부분 반포 토박이인 분들이 많았으며, 내가 개인적으로 고객 관리를 했던 분들은 대개가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분들이 대다수 였다.  고객층이 당시의 나보다는 조금 더 나잇대가 있는 분들이라, 지금의 내 나이대 고객들을 상대했다고 보면 된다. 초,중,고등 학교의 자녀를 두었으며 그 당시 그 분들의 학구열도 대치동 못지 않게 치열했음을 인정한다.

반포 역시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살고 있고, 특히나 내 직업장에서 내가 관리하는 자금의 고객들 직업 대다수가 의사였다.

남편인 의사를 두고 있는 사모님들이 자금을 관리하고 있었으며, 그녀들은 대개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같이 은행에 나와 작은 업무부터 큰 자금 관리까지 두루두루 하는 편이었다.


반포의 그녀들은 대치와 다르게 확실히 화려하다.

화려하다 함은 외양에서 느껴지는 바가 크다. 바로 동네에 매일 같이 참새방앗간 처럼 들리는 은행인데도 불구하고, 늘 잘 차려진 옷 매무새에 자주 바뀌는 명품 가방들과 수려하고 귀티나는 화장은 기본이다.

(아마도 지금은 더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재건축아파트들이 천지 개벽하여 신축 대단지로 들어 왔으니, 입주민들 역시 젊은 층의 신흥부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대치의 열성맘 못지 않게 학교가 파하는 아이들을 반포 학원가 혹은 대치 학원가까지 라이드 해 가며, 열심히 공부 시켰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자녀들은 대부분 큰 이변이 없는 한, 가업을 이어 받을 명문 의대에 입학을 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화려한 그녀들은 은행에 오면 다들 건너 건너 알거나 친분이 있었던 터라 고객들끼리도 화기 애애하다.

나의 룸에 들어오면(PB룸) 쉴 새 없이 수다가 이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까르르 웃음 소리가 닫혀진 유리창 문 넘어로 가뿐히 새어 나갈 만큼 늘 현장은 유쾌했다.


한 번은 한 고객의 집에 잠시 초대를 받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집은 한강 변이 보이는 구축 아파트였다.

두 아들이 모두 군대간 직후라 60평대 아파트가 조금은 썰렁해 보였지만, 아기 자기한 그녀의 성격 답게 그 집 또한 넓은 평수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작은 소품들로 가득했다.

감사하고도 따뜻한 초대를 받고 나와 직업장으로 향하던 내 마음도 한결 가득찬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인지, 내가 반포에서 근무했던 그 5년 동안의 기억은 늘 밝고 활기차고 화려하고 밝은 여자들의 세상이라는 곳으로 추억된다. 고속 터미널을 끼고 있어 유동성 인구가 많았던 입지 탓도 있긴 했지만, 화려한 백화점과 모든 맛집이 즐비하고 영화관 등의 문화시설이 구축된 이 지역은 늘 방방 떠있는 느낌이었다. 퇴근 후 고속터미널과 이어진 지하상가의 쇼핑몰에서 필요한 갖가지 물건들을 사서 집으로 가는 길도 늘 즐거웠던 것 같다. 아이 쇼핑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되었던 지역.

물론 내가 그 곳에 직접 들어가 사람들과 부딪치고 전쟁 같은 생활을 안했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으로 쓰는 것이겠으나, 적어도 그 반포 지역을 다닐 때 보아왔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 곳 대치동에 비해서는 확실히 화려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반면, 이 곳 대치는 ‘교육’이라는 일념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대치 지점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처음 인상은 고객들이 참 ’검소하시다‘ 였다.

물론 후에 자금 관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전혀 명품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행색을 하고 내방하셔도 알고 보면 어마 어마한 건물주들이 대다수 였고, 대부분 (자신의 직업과 같은) 대학교수, 의사, 판검사의 자녀를 둔 고객들이 즐비했다. 직업의 영향도 있겠으나, 고객 대부분이 점잖고 말수가 적었으며, 보시려던 업무처리가 끝나면 조용히 가시기 바빴다. 그렇지만, 가끔씩 고생하고 수고한다며 가져다 주시는 달콤한 간식들에서 정을 느끼며, 따뜻한 마음을 선물 받았다.

대치동은 무언가 고즈넉하고 점잖고 평온한 느낌으로 대변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 나이 대의 여성 고객들은 평범한 점퍼와 캡모자를 눌러 쓰고 내점 하는데, 늘상 무언가 바빠 보여 업무를 빨리 처리해 줘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의 하교와 학원 시간 때문이었으리라. 예민한 청소년기를 겪고 있거나, 수험생 자녀들을 둔 고객들은 다소 날카로워진 표정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네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대치동은 가진 부에 반해, 생활은 의외로 검소한 편인 것 같다.

내가 예견하기론 대부분 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매우 후한 편이나, 그 밖에 들어가는 돈은 부자들의 습관처럼 매우 검소하게 생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직접 대치동으로 들어와 체감하지만, 의외로 부자로 파악 되는 아이 친구의 생활 모습이나 차려진 외모에서도 느껴진다.

오로지 목표하는 바를 위한 곳에만 돈을 올인한다는 생각이 드는 곳. 그 곳이 대치가 아닐까.


대치는 반포나 압구정에 비해 부모 자체가 본인이 노력하여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지키는 사람들이 많다. 다시 말해 대대로 이어내려오는 전통 부자라기 보다는, 본인의 뛰어난 역량으로 성공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노력의 가치를 알고 있다. 이는 곧 자신의 자녀에게 ‘교육’을 통해 자신이 확신하는 노력의 경험과 중요성을 넘겨 주고 싶은 마음들로 모아졌을 테고, 이로 말미암은 성공을 대대 손손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큰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교육을 받아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가서 좋은 직업을 갖게 되는 것. 그래서 중산층 그 이상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동안 대치동을 근간하는 모토였다.

그렇다고 반포나 압구정에 비해 ‘부’가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이제는 노동 소득에 근간을 이룬 자수성가한 고소득 근로자로 대변된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이들은 노동소득에서 자본소득으로의 부가 많이들 넘어갔으며, 대치의  전통 모토인 노력의 가치가 있는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자녀들을 키우려고 한다고 보는 것이 훨씬 맞다고 봐야할 것이다.


둘째 아이의 친구 부모는 고소득 전문직 일명 ‘사’자로 끝나는 사람들인데, 그 아이는 이미 주식 계좌로 억대의 금액을 갖고 있다고 자랑 한다고 한다. 그 친구 집에 놀러갔다온 내 아이는 내게 이런 말도 귀뜸해 주었다. ”엄마! **네 집에 방마다 모두 금고가 있어. **도 지 금고에 **만원이나 넣어 놓고 있데!!“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소파에 누워 잠시 부동산 카페 글을 읽다가, 오늘도 어김 없이 이 두 곳에 대해 갑론을박 댓글 논쟁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지난 시간 내가 겪었었던 대치와 반포에 대해 몇 글자 쓰고 싶어 하얀 도화지를 펼쳤을 뿐, 두 지역을 비교하거나 논평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비단, 이 두 곳은 대한민국에서 거대한 왕국으로 비유 되며, 그럴 만한 매력이 있는 곳임엔 분명하다.


내가 경험했던 대치와 반포.

지방에도 그 지역만의 특색이 느껴지듯. 이 두 곳 또한 나름의 느껴지는 특색이 존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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