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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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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away Dec 14. 2020

단맛 of 단막

mbc 단막극 부활 호소문

드라마를 보다 보면 느껴지는 미각이 있다. 드라마는 호흡이 긴 만큼 하나하나 맘에 들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을 느끼곤 한다. 드라마를 애정 하는 사람으로 가장 크게 와 닿는 것은 단맛과 짠맛이었다. 나 같은 경우, 단맛은 시청자로 하여금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설렘을 선사할 때 느껴졌다면 짠맛은 드라마의 외부적 요인으로 시간이나 예산이 빠듯해서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보일 때 느끼곤 했다. 가끔 그것이 쓴맛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흔히 보이는 생방을 방불케 하는 무리한 촬영과 ppl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짠맛과 쓴맛을 최소화할 수 있는 드라마는 단막극이었다. 단맛으로 압축된 드라마. 아무래도 때 묻지 않고 제작 환경에서 나름 자유로울 수 있는 단막극은 영화처럼 자기 완결성을 가진 유일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 감독, 배우가 마음껏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막극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었다. mbc의 단막극을 담당했던 

<베스트극장>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최근이 단막극의 아주 깜깜한 암흑기는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는 종편에서 단막극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매년 10편 정도의 신선한 단막극들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JTBC <드라마 페스타>, tvN <드라마 스테이지>)     


KBS 또한 <드라마시티> 폐지 이후, 단막극을 외면하는가 싶더니 몇 년 전부터 다시금 <드라마 스페셜>로 꾸준히 단막극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sbs와 mbc만이 단막극을 담당하던 프로그램들을 따로 편성하지 않고 있다. 가끔 이벤트처럼 이따금씩 단막극을 선보이긴 했다. 2018년 sbs <사의 찬미>가 대표적이다. 유명 주연배우가 직접적으로 단막극의 재 중흥기를 염원한다며 노개런티로 출연할 정도로 모두가 손 모아 단막극의 부활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때 드라마의 제왕으로 불렸던 mbc에서는 여전히 드라마 단막극이 설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단막극을 이렇게 바라고 있는 걸까?     


앞서 말했듯 단맛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드라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드라마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공은 더욱더 장담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단막극의 특징들은 나름의 가치가 충분했다. 그동안 단막극은 신입 작가나 신인배우들, 신인감독의 등용문과 무명배우를 재조명하는 역할을 해왔다. 단막극은 신인들이 솜씨를 부릴 수 있는 대표적인 등용문이지만 미니시리즈에 집중하던 이들이 한 번씩 돌아와 숨을 트고 가는 소통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상업화된 미니시리즈와는 달리 다양한 소재와 색다른 연출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에겐 더없이 좋은 볼거리가 된다. 여기에서 시청자는 드라마에 대한 단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로 정평이 나있던 mbc가 그랬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양성애자’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등장시킨 것도 mbc 〈완벽한 룸메이트〉라는 단막극이었고, 드라마 형식을 파괴하여 ‘5분짜리’로 방영한 것도 mbc 〈한 뼘 드라마〉 단막극이었다. 한 편, 최근 방영한 mbc <다큐 플렉스-커피프린스 1호점> 편에서도 이윤정 PD는 이선균을 mbc 단막극 <태릉선수촌>에서 눈여겨보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요즘 대세 배우로 떠오르고 있는 배우 김선호에 힘입어 그의 신인시절 출연작 mbc 단막극 <미치겠다 너 땜에!>도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즉, 시청자는 단막극을 통해 새로움의 재미와 발견하는 재미, 추억하는 재미 모두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자본주의화되어 가는 드라마 사회에서 완결성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얼마나 돈이 되느냐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제작비가 수백억 원까지 치솟는 드라마 시장에서 드라마의 실패는 방송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검증된 소재와 형식, 스타를 출연시켜 안정감을 얻으려는 상황은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어쩌면 역으로 생각해 손해가 적은 단막극은 도전정신이 허용되고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 미니시리즈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수익 때문에 단막극을 경제적으로 끌어갈 수 없다는 측면보다도 공영방송 mbc가 보다 사회적인 차원에서라도 단막극 부활의 윤활제를 내어주기를 간곡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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