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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Mar 29. 2020

심심해서

: 르네 마그리트, <연인들(The Lovers ll)>


서로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의 사랑이 열렬해 보이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1. 원래 맹목적인 사랑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맹목(盲目), 말그대로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상태다. 이성을 잃어 적절한 분별이나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눈이 멀어 이성의 스위치를 끈 채 사랑이라는 감정에 몰입하고 있다.

2. 육체적인 사랑이 우리를 더 뜨겁게 한다. 그들이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든 포즈는 육체적으로 서로를 껴안고 키스하고 있다. 나아가 서로를 더듬고 애무하고 섹스로 넘어가더라도 그들의 얼굴사이 놓인 흰 가림막천은 결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3. 차라리 모든 것이 가려지고 오직 상대의 존재에만 집중할 때, 가장 순수하고 정열적인 사랑이 가능하다. 가리지 않으면 보게 되는 상대의 눈, 코, 입, 얼굴, 인상, 분위기, 배경까지... 제아무리 사랑하고 첫 눈에 반하더라도 우리는 그에 대해 떠오르는 판단들을 유보할 수 없다. 개인적인 취향에 근거한 호감과 비호감 사이 오락가락하는 마음들은 억지로 숨길 수도 완전히 포용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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