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114
15년 11월 14일. 파리 테러가 일어난 다음날이고 한국에서는 민중 총궐기 대회가 있던 날이다. 아침부터 타임라인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는 두 이슈에 관한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저녁 즈음되자 그 글들은 자신의 입장과 정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을 향한 비난으로 번졌다. 밤까지 어떠한 글도 적지 않고 있던 나는 그제야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부스에 들어가 이 가사를 적었다.
151114. 이 곡의 제목은 그렇게 지어졌다. 이보다 더 이 곡의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발표하진 않았다. 가사의 내용처럼 내 만류 따윈 조용히 묻힐 테니까. 그걸 눈으로 확인한다면 스스로에 대한 내 무력감은 더 커질 것만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벨기에 브뤼셀에서, 또 총선일자가 가까워진 한국에서 비슷한 풍경을 다시금 마주하자 차라리 공개하는 게 덜 후회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나저러나 무력감을 느끼긴 매한가지라면 아무도 봐주지 않는 헛손질이라도 하는 게 나을 테니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언어도 이름도 시도 허락되지 않던 시대 속에서도 영롱한 시들을 적어낸 윤동주 시인이 지금을 살았다면, 그러니까 너무 많은 것들이 허락되어 대다수 사람들이 언어와 이름과 시 같은 것보다는 쾌락과 증오처럼 쉽게 피어오르는 감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지금을 살았다면 과연 어떤 글을 썼을까. 나는 돈과 여자얘기에 몰두하는 랩퍼들보단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말했던 그처럼 되고 싶은데, 그게 너무 어렵다.
verse1]
What's wrong with the world mama?
People living like they ain't got no mama.
한물간 팝음악 속 유치한 그 Rhyme이
이상하게도 가끔 생각나곤하는 요즘 난 고민해.
우린 다르단 말엔 동의하는 모두가
왜 자신과 다른 이를 보면 자기 옳음만을 강요할까?
뜨거움은 되려
다른 이들을 곁에 머물지 못하게 하는 데도
너와 나를 여와 남, 노와 소,여와 야 혹은
종교,빈부, 이슈에 대한 찬반을 기준삼아 적과 아군으로 나누고
반대편에 있는 이를 악마화시켜 싸우는 모습.
이젠 일상처럼 보는 평범한 광기들.
글과 음악속에 벼려있는 살기들.
왠지 피곤해져 Marvin Gaye 앨범을 틀었어.
그가 지금을 보면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Verse2]
아버지와 나의 정치적 다름이
그간 나눈 부자의 정보다 큰 문제일까?
친구와의 다른 찬반은
그와 나눈 우정이 착각이었단 말일까?
나는 그저 여자친구의 손을 꽉 잡네.
남녀 마저 나뉘어 싸우는 세상에서.
백팩 하나 맨채로 다른 땅에서 만났다면
그들은 지금 서로를 향해서 어떤 말을 했을까?
적어도 지금같진 않았을거라 믿어
우린 소매 하나 차이로
남이 된 사이일 뿐인데
서로를 향해 번지는 증오가 끔찍해.
허나 난 그 광기들 사이 한낱 인간일 뿐
내 만류따윈 조용히 묻히는 무력감에
윤동주 시집을 들었어
그가 지금을 살았다면 어떤 글을 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