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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엘 May 15. 2019

삿포로

2016년 가을,


그렇게 가깝지도 않은, 그렇다고 소원하지도 않은 몇몇 분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 삿포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제가 겨울을 좋아해서요.

- 같이 가요!

- 콜!


단 세 마디의 말로 우리는 함께 삿포로에 가기로 했다. 나는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했고 그녀는 맛집, 투어를 비롯한 모든 동선을 계획했다. 그렇다. 그녀가 훨씬 더 어렵고 번거로운 것을 맡았다. 항공권과 숙소야 어플에서 검색 몇 번 하고 결제만 하면 그만인 것을.


2017년 2월,


비에이와 오타루까지 휩쓸고 난 마지막 날 밤. 숙소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퇴사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그래서 직장 동료와의 여행을 선뜻 마음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마저 읽고, 먼저 잠든 그녀의 종아리에 휴족시간을 붙여 주었다. 그녀는 퇴사하면 연락 끊을 거 다 안다고 투덜거렸다.


2018년 초,


- 넌 자존감이 낮으니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았어.


이딴 말을 하며 책을 선물하는 그때의 나를 줘 패고 싶다. 그녀는 답례로 조폭 떡볶이를 사줬다. 나도 그냥 입방정 떨지 말고 맛있는 거나 사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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