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스위스 인터라켄의 한 도미토리,
혼자 조용히 쉬고 있는 방에 히잡을 쓴 여성 4명이 들어와 침대를 하나씩 차지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쉬는데, 그중 한 명이 자꾸 말을 걸었다. 귀찮았다.
- 너 왜 누워 있어. 놀자.
- 피곤해..
- 혼자 왔어?
- 응.
- 너는 뭐 제일 좋아해?
- 음악 좋아해.
- 무슨 음악?
- 롹.
- 나 푸 파이터스 광팬인데!
대화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누워있던 나는 어느새 서 있었다. 플레이리스트 있던 푸 파이터스의 My hero를 틀어줬다. 그녀는 손가락 표시를 하며 머리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다른 세 명이 '쟤 또 시작이야' 하며 비웃고 있었다.
내가 먼저 물었다.
- 너 푸 파이터스 공연 본 적 있어?
- 당연하지. 진짜 죽여줬잖아.
- 와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진짜 좋았겠다.
- 얼마나 좋았냐면은 블라블라 어쩌고 저쩌고 쌸라쌸라...
21살 동갑내기 친구들 네 명이서 여행 중이라고 한다.
다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쉬고 있는데 이번엔 아예 밖에 나가서 파티를 하자고 한다. 난 됐으니 너네 끼리 놀다 오라고 했다.
도미토리에서 주최한 나이트 파티가 열리는 밤이었다. 도미토리 앞 잔디마당에 각 방에서 나온 여행자들이 찌든 모습으로 좀비처럼 스멀스멀 모여들었고, 하나 둘 잔을 들고 서로 얘기를 나눴다. 방 창문을 통해 이 광경을 구경하다 잠이 들었고, 새벽 3시쯤 하늘을 찌르는 텐션에 흥을 주체 못 하는 4명의 터키 친구들이 방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서야 파티가 끝났음을 알았다.
히잡을 두르고 롹앤롤을 외쳤던 그녀.
히잡이건 차도르건 터번이건 뭘 썼건 안 썼건 간에 무엇인가에 미친 사람은 다 똑같구나. 롹앤롤에 위아더월드가 되었던 스위스의 여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