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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엘 Jun 13. 2019

무지의 어두운 심연 위에 다리 하나라도 세우자

영미 산문

"If it is necesary, omit one bridge over the river, go round a little there, and throw one arch at least over the darker gulf of ignorance which surrounds us."

"필요하다면, 강을 건너는 다리 하나를 빼자. 조금 돌아가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무지의 더 어두운 심연 위에 적어도 다리 하나라도 세우자."


미국의 작가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저서 'Walden'의 세 번째 장 'Reading'의 마지막 문장이다. 여기서 소로는 교육을 받았음에도 쉬운 읽을거리만을 쫓는 행태를 비판하며 그 주민들이 모두 학생이 되어 교양으로서의 학문을 추구하자고 주장한다.


저 마지막 문구가 굉장히 인상 깊었던 이유는 내가 윗세대들에게서 느꼈던 불쾌함이 (물론 개인의 차이가 가장 크겠지만) 대부분 인성 교육조차 받지 못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로가 지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 (성희롱을 포함한) 말을 막 내뱉는 것

- 공중도덕을 무시하는 것

-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서 살아남아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 집안의 재산, 학벌, 다니는 회사의 규모, 외모 등의 잣대로 남을 평가하는 행위

등등의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은 결국, 인성 교육은 철저히 배제한 채 먹고사는 것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우리 사회가 남긴 상처였고 그 아픔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가 떠맡게 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만약 소로의 말대로 다리 하나를 덜 놓고 교양에 더 힘썼더라면,

고속도로 하나 덜 뚫고 인성교육에 투자했다면,

생산성을 조금 줄이고 노동자 인권을 강화했다면,

인터넷 좀 덜 빠르게 개발하고 시민의식 양성에 더 집중했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점은 과거의 극소수의 권력자들이 휘두르는 정책에 대다수가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 조차 못한 채 희생되었거나 지금의 (일부)어르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얻어진 이득은 고스란히 권력자들의 배로 들어갔는데 말이다.


물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전쟁 직후가 아니니까, 모두가 평등하게 의무적으로 고등교육을 받는 시대니까, 이제는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무엇이 아이들을 덜 고통스럽게 하는지 정도는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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