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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엘 Jul 18. 2019

데날리 국립공원

2015년 8월 경,


미국 알래스카주에 있는 데날리 국립공원(Denali National Park) 투어 버스를 탔다.


이 투어 버스의 백미는 곰, 무스, 순록 등의 야생 동물을 보는 것. 탑승객 모두가 동물을 만나기 위해 이 버스를 탄다고 하고 과언이 아니다.


계속 같은 풍경에 지루해질 때쯤 누군가 나지막이 말했다.


"곰이다!"


순간 모든 사람의 눈이 한 곳으로 향했다.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흥분하여 '곰이다, 곰이다!" 하며 소리쳤다.


그의 할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이 그를 다독이며 말했다.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곰이 놀란단다. 곰이 놀라서 무서워하지 않게 우리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게 어때?"


승객들은 곰을 뚫어져라 응시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곰을 보겠다고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도 없었다. 남의 집에 몰래 침입한 것을 들켜서 부끄럽고 창피한 사람 마냥 최대한 곰의 눈과 귀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다.


국립공원에 터전을 두고 사는 야생동물의 삶에 조용히 방문했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이 곳 방문객의 철칙임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투어 버스를 타고 국립공원을 누볐다. 이 곳은 특별히 허가를 받은 차량만 출입할 수 있도록 엄격히 통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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