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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엘 Jun 13. 2019

카톡만큼 일방적인 게 또 있을까

오래전, 2G 폰을 쓸 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카카오톡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이란 게 나왔는데 주위 사람들이 서로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대화를 하는데 그 세태에 합류하고 싶었다. 재밌고 신기해 보였다.


얼마 전, 친구 타카코는 더 이상 자기에게 라인으로 말을 걸지 말라고 했다. 지금 안 읽은 라인 메시지가 수백 개인데 읽고 싶지도 않고 어플을 켜는 것만으로도 너무 피곤하다고 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는 라인을 안 한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대신 몰래 카카오톡을 개통했으니 앞으로는 카카오톡으로 얘기하자고 했다.


라인(LINE) : 네이버에서 만든 대화형 메신저 서비스.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이나 대만 등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다. 타카코가 라인 메시지에 학을 떼는 걸 보니 일본에서 엄청 대중화돼서 사용되나 보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 든다.

신기하고 재밌고 편리해서 시작했던 카톡이 어쩌면 너무나 일방적인 대화창구가 되어 버린 느낌이 든다. '리액션을 강요당하는 족쇄'에 묶여 버렸다. 보고 싶지 않고 궁금하지 않은 코멘트가 일대일로 쏟아진다. 이것들을 무시하고 반응하지 않을 경우, 혹은 상대가 원한 반응을 하지 않을 경우 대가가 뒤따른다. 이것은 묘한 심리전이나 '인간관계 유지에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차후의 불안함까지 포함한다.


가끔 어떤 갈등의 해결 수단으로 상대가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오면 숨이 턱턱 막힌다. 직접 얼굴을 보고, 최소한 통화로라도 목소리를 주고받으며 싸울 땐 싸우면서 상대하고 싶은 나는 그 장문의 메시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빠개질 때가 있다. '닥치고 넌 내가 정리해서 보내는 글이나 읽어'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투명하다는 글도 목소리, 표정, 눈빛, 몸짓, 얼굴 근육의 움직임 등 비언어적 요소를 포함한 '진짜 대화' 에는 한참 못 미치지 않을까.


사실 어느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워낙 대화형 메신저가 생활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으니 사용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것뿐이다. 그 입맛이라는 게 사람마다 하나같이 다 달라서 100% 본인 기분에 따라, 본인 성향에 맞는 상대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 나 역시 누군가에겐 불편한 카톡 친구일 테니 말이다.


이렇게 일방적인 카카오톡을 잘, 효율적으로,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유지하며 본인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법. 그걸 알고 있다면 이런 글을 쓰고 있지도 않았겠지요. 마무리가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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