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엘 Jul 24. 2019

록은 죄가 없고 술도 죄가 없다

록 페스티벌 하나 가기 힘드네

올해 7월 27, 28일 양일간 열릴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은 최초로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며 기존 대비 예산과 규모가 3배가 늘어날 예정이라고 홍보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게다가 System Of A Down (이하 SOAD)과 Chemical Brothers를 주축으로 한 이틀간의 라인업은 다른 페스티벌 대비 비교적 저렴한 티켓값을 감안하면 '가성비' 좋은 페스티벌로 손꼽혔다. 이후 SOAD 섭외는 가짜 매니지먼트사에 의한 사기라고 알려졌지만 금전적 손실이 없었다고 하니 그만한 규모의 대체 헤드라이너가 설 수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아래와 같은 이유로 주최측은 SOAD의 대체 헤드라이너로 god를 발표했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특정 음악 장르만으로 유료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왜 다른 해외 록 페스티벌에 팝, 힙합 뮤지션 등이 출연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여실히 깨닫는,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2000년부터 시작된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은 무료 제작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록의 정체성'을 훼손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마치 올해 록 페스티벌을 처음 제작하는 것 마냥, '지방'에서 '록'으로는 티켓이 안 팔리니 어쩔 수 없잖아요.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는데요? 같은 뉘앙스의 너무나도 유치한 입장 표명 글을 보고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위의 입장 표명 문구는 제작진 스스로 'god는 티켓팔이용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차라리 '갑작스러운 섭외에 응해준 god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god가 그 어떤 뮤지션 보다도 부산 록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를 빛낼 수 있는 대중성, 음악성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밴드셋으로 꾸며질 그들의 무대를 기대해 달라. 멋진 토요일 밤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으면 어땠을까.



한편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과 같은 날 열릴 예정이었던 지산 록 페스티벌은 개최 4일 전까지 헤드라이너를 발표하지 않더니 결국 공연 취소를 공지했다.


'현시대의 흐름을 읽는 견해가 부족했으며....'

(출처 : 지산 록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큰 수익을 가져다줄 것 같은 아티스트를 무리하게 섭외하려다 빚어진 참극을 '이젠 록은 티켓이 안 팔리네요'로 둔갑시켰다. 지산 록 페스티벌은 여러 번 주최사가 변경되며 그 이름만 유지되고 있었으나 결국 초기 CJ자본으로 유치했던 그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아티스트와 록 팬들의 바람은 뒤로 한 채, 돈이 될만해 보이니 우후죽순 너도나도 록 페스티벌을 열고 일본 섬머소닉에서 어떻게든 아티스트를 끼워 팔기 식으로 데려와 이름만 다른 록 페스티벌이 무리하게 제작, 무산되고 있다.


록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끊임없이 새로운 아티스트가 탄생하고 있다. 더 이상은 '록은 티켓이 안 팔리네요' 등의 유치한 책임 전가식의 핑계는 그만 대고 음악 그 자체를 즐기려는 아티스트와 관객의 바람이 잘 반영된 페스티벌이 하나라도 꾸준히 잘 열리면 좋겠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굉장히 무례한 발언을 들었는데, 그분으로부터 '제가 술 감당을 못했네요.'라는 피드백이 왔었다. 술도 죄가 없고 록도 죄가 없는데.. 왜 자꾸 죄를 뒤집어 씌우냐.

매거진의 이전글 페스티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