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8 토로하다 제 9장
예전에 엄마가 집에 사두신 주식 책의 첫 페이지는 특기학교에서 넘어갔다. 디플레, 인플레, 연준 등등.. 익숙하지만 주식에 적용되면 전혀 다른 용어들과 새로운 경제 용어들은 마치 처음 대학에 와서 듣는 전공수업 같았다. 메모도 하고 줄도 쳐가며 책을 어찌어찌 다 읽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다. ’ 경제학과 애들은 참 대단하구나 ‘라는 대학생 다운 생각을 잠시 했다.
‘음 대충 주가와 금리 흐름이 이렇게 되는구나 ‘라는 깨달음은 온대 간대 없다는 사실이 허탈하기도 하지만 대충 용어를 더듬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기로 했다.
학교에 다닐 때 주식에 관심이 많고 매일 주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애들을 보면 부러웠다. 그런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미시부터 거시까지 경제가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 멋져 보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주식에 손을 대기 무서웠다. 물론 크게 잃을 만큼 기초 자산은 없지만 주식=코인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공부하기도 귀찮기도 하고. 주식은 뭔가 경제학과 묶여 공부해야만 하는 숙제 같기에 미뤄둔 것 같다.
역시 군대 초반은 할 게 없어서인가, 미뤄놨던 숙제를 슬쩍 쳐다보게 되었다. 꾸역꾸역 대충 숙제를 푼 소감은 주관식처럼 길고 길게 복잡하게 엮인 어려운 문제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주린이를 위한 주식 책을 읽었을 뿐이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 내가 참 웃기다. 그리고 4일 전 엔비디아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 사지 않은 내가 웃기고..
이제는 미뤄놓고 보기 싫은 숙제라기보다는 주식에 관심이 생겼고, 주식을 공부함에 따라서 기업들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아직 너무너무 어린 주린이라서 가소롭겠지만 꾸준히 시장을 들여다보며 나름 나만의 투자 분야를 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