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1 토로하다 제 1장
하루의 마지막을 밀어낸 것은 오랜만이다. 집에 들어가서 쉬는 것이 보통이지만, 문득 습한 바람에 스치고 싶었다.
벤치에 앉아 학교 호수를 바라보았다. 평소 눈길이 잘 가지 않았던 호수지만 오늘은 사뭇 달랐다. 가깝고 멀게,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 것이 학교 호수가 될 줄은 몰랐다.
머리 속이 공백으로 가득 차버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무언가를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본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느낌이 마냥 싫진 않아서 흘러가는 시간의 옷깃을 잡지 않았다.
사진이다.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풍경의 일부분이다. 내가 한 시간 가량 바라본 시선이자 흐름이기도 하다. 물은 계속해서 흘렀다. 장마철이라 그런가, 세찬 바람에 휩쓸려 빠르게 흘러가기도 했고 언제 빠르게 흘렀냐는 듯 금세 잔잔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물은 흐름에 흘러간다.
빛은 다르다. 가로등의 빛은 물을 향했지만 흐르지 않았다. 빛은 번졌다. 흘러가지는 않고 잠깐 번졌다.
빛은 움찔했다.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이 흐르기 때문에 본인도 그 흐름에 따라가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원래 머물렀던 자리에 묶여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품을 해서 눈에 눈물이 잠깐 고였다. 흐르는 눈물도 아니었지만, 이 때문에 빛이 도드라졌고, 더욱 번져보였다.
문득 저 빛의 줄기가 눈물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애석하게 흘러가는 시간과 주변 사이 그들의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수직으로 관통해 내리는 눈물 같기도 했다. 저게 사람의 눈물이라면 그냥 가로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그 슬픔을 길게 늘여 담아내기보다 흘려보냈으면 좋겠다. 꼭 담아두고 싶은 것은 흘러가고 흘려보내고 싶은 건 머무는 건 알고 있지만 가끔은 내 맘대로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둑을 터뜨려 쏟아내고 싶다. 그렇지만, 그 둑은 나름 견고하다. 쏟아내면 후련할 것 같기보다 주변의 흐름이 엉킬까 걱정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