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6 토로하다 제 5장
3달 만에 쓰는 글
잠시 숨을 돌리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현재 시각은 17시 50분으로, 엄마 아빠가 익산에서 진주까지 와준 덕에 영외면회로 밖에 나와있다. 입대한 이후, 부모님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 편해지는 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기만 해도 매번 눈물이 난다.
기본군사훈련단부터 특기학교까지 많은 동기들과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몇 시에 완전 소등을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항상 1시간 넘게 잠에 들지 못했고 매번 4-5번 정도 잠에서 깨어났다.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주변에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거나 지금 복무 중인 사람들을 지켜보았을 때 그들은 “힘든데 다 지나가더라 “라는 말과 함께 그 시간들을 훌훌 털어내더라.
그래서 더욱 괴롭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다들 괜찮았거나 괜찮아 보였는데 너는 왜 이렇게 힘들어하냐라는 말도 들었고, 그렇기에 정말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차마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휴식시간에 동기들은 함께 몸만 조금 고생하고 재워주고 밥 주고 캠프 아니 나며 떠들고 웃었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이 공간을 생각할 수 있는 그들의 단단함이 부러웠고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던 멘탈리티는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게 나를 찔렀다.
그런 날이 쌓일수록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모든 것을 위로받는 듯 해 눈물이 나온다. 매번 전화 때마다 내 힘듦만 토로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나는 그들의 기댈 곳이 되어주지 못하지만 나는 기댈 곳만 찾아다니는 것 같아 초라하기도 하다.
“군대 가면 다 그렇지. 초반이라 그래 적응하면 괜찮을 거야.” 모두 맞는 말이다. 모두 맞는 말이고 나도 나중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힘들다. 강박과 턱 통증이 심해진다. 서로 더욱 좋은 자대를 가기 위해 거짓말하고 정치질하는 이곳에서 조금 짐을 덜 수 있는 방법은 글을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는 공감되지 않고 징징대는 것 같아 눈이 찌푸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른 다시 딛고 일어나겠다고 매일 다짐하고 있다. 고맙고 미안하고 보고 싶다.
이기적인 나의 모습을 나조차 용서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