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알바일기

[알바일기] 행사 세팅 알바

2월 20일 (5만원/ 식대로 만 원 받아내야지)

by 태희킷이지
20160220_220706.jpg

2월 20일 (5만원/ 식대로 만 원 받아내야지)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 알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장입는 알바와 목장갑끼는 알바. (목장갑을 안 꼈을 뿐 지독하게 물건을 나른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는 연회장 알바는 예외로 둠) 나는 정장이 없어서 별 수 없이 목장갑끼는 알바를 주로 한다. (물론 정장이 있어도 머리를 묶고가면 안 되니까 결국 난 못함.) 전국 안과의사회 정기 학술대회 행사에 앞서 세팅을 하는 일이라고 연락 받았다. 알바 합격 연락 줄 때부터 웹발신 문자메시지로 거의 뭐 공채 합격하신 것 마냥 축하를 해주길래 아 여기 꿀은 아니더라도 일 깔끔하게 시키겠구나 라고 예상하며 출근했다. 10분 전 도착해 보내 준 담당자 번호로 전화를 했다. 자신이 현장에 오려면 좀 걸린다고 그냥 쉬고 있으란다. 아이고 올해 재수가 좋으려나. 지난 달 무대철거 알바할 때도 한 시간을 거저먹었는데 오늘도!!!!


그렇게 4시간이 흘렀고 3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알바를 7시에 시작하게 됐다. 근데 이 시간에 도착한 직원은 또 담당자가 아닌가보다. 알바들을 그대로 세워두더니 30분 가량 여기저기 전화를 몇 통씩 한다. 한 시간을 통째로 날려먹더니 이제야 일거리를 준다. 돈 주고 알바를 쓴 입장에서 시간이 무진장 아까울 것 같은데 내 입장에서는 뭐라 말할 수도 없다. 분위기 보니까 다른 알바들 표정에도 슬슬 짜증 밀려오는 것 같았다. 보통 단기알바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진짜 꾸준히 단기알바를 해오는 사람들이라 대부분 눈치도 빠르고 적응도 잘한다. 잠깐 모여서 얘기를 하는데 오늘 이 알바는 답이 없다는 데 다들 동의한다. 예상대로 7시부터 11시까지 한 일은 박스 몇 개를 옮긴 일이 전부다. 한 번에 제대로 시켰으면 한 시간이면 다 끝냈을 일을 그마저도 자기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안돼서 몇 차례 번복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돈을 조금 주는 알바만큼 나쁜 알바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밥을 안 주는 알바, 다른 하나는 장갑을 안 주는 알바. 나는 오늘 밥도 장갑도 안 주는 데다 돈까지 조금 주는 무지무지 나쁜 알바를 하고 왔다. 한 건 없는데 피곤한 전형적인 똥알바. 아이비기획. 다시는 안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알바일기] 신입생 간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