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차
2016. 11. 4.
침대사이에서도 쇼파아래에서도, 집안 곳곳에 빌어드실 죠리퐁이 계속 나온다. 어제 미취학아동 둘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과자를 퍼먹을 때부터 불안했었다. 죠리퐁은 본래 손가락으로 집어먹는 과자가 아니라 손바닥으로 퍼먹는 과자이기에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손바닥에 습기가 생길 수밖에 없고 습기와 죠리퐁이 만나면 그 특유의 공장제 곡물 풍미를 담당하는 엑기스가 손바닥에 배어나온다. 그걸 얘네들이 새하얀 침대시트에 스윽 닦은 게 분명하다. 아주 무시무시하고 지독지독한 놈들이다.
청소가 끝나고 사장님을 따라 서귀포 5일장에 갔다. 이 시장은 브랜드 평준화를 이뤄냈는지 모든 브랜드의 옷이 만원이다. 날씨 탓에 화려한 패턴을 자랑하는 깔깔이와 깔바지에만 눈길이 간다. 국밥집은 제대로 주문이 들어가는 게 신기할정도로 분주했고 나는 자리가 날 동안 반찬집 앞에 쌓인 한무더기의 아름다운 양념게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선 반짝이는 기름이 아찔하게 떨어지는 도나스가 태어나고 있다. 건더기로 가득찬 순대국밥에 시큼한 깍두기를 두 개씩 올려 입에 넣는다. 그리고 재빨리 물을 들이부어 삼켰다. 당연히 입천장은 이미 까졌다.
달리기를 하는 길에 여전히 해가 비친다. 이 좋은 길을 언제든 갈 수 있는 날이 이제 일주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