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일차
2016. 11. 6.
일어나자마자 꽉 막힌 코를 깨끗하게 뚫어냈다. 따뜻한 물을 여러번 들이키다가 점심밥으로 뜨끈한 우동국물을 옆에 두고 돈까스를 튀겨먹었다.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처럼 하나도 심각하지 않은 영화를 한 편 보고 싶어서 도서관에 간다. 정류장에 내릴 때 버스 라디오에서 박지윤의 난 사랑에 빠졌죠가 나오는데 도입부가 오늘같으 일요일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백팩을 등에 업은 중학생들을 뒤따라 도서관에 들어간다.
유리문으로 닫힌 DVD장에서 영화를 고르는데 외국 껀 제목이 다 영어로만 쓰여있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애니메이션을 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영화 사도를 골랐다. 무선 헤드폰을 끼고 쇼파에 앉았다. 티비화면에 빛비침이 있다는 점과 파티션 옆으로 중학생 여자애들이 옆반 누구 이야기하는 게 들린다는 점만 빼면 완벽하다. 다행히 옆반 누구 이야기 사이사이에 뭐 먹을까 이야기가 나오더니만 곧 점심을 먹으러 우르르 떠났다.
유아인님 따라 마음속을 울고 있었는데 진짜로 눈물이 맺혔다. 파티션 옆에서 표준국어대사전만한 두께의 책을 읽고 계신 아저씨를 힐끔 보고 눈물셀카를... 찍지는 않고 게하로 돌아왔다. 하우징페어에 다녀오신 스탭누나가 짱구분식에서 모닥치기를 사오셨다. 지난 번에 올레시장에 가서 먹은 새로나분식과 다르게 여기 모닥치기에는 튀긴 떡이 들어가는데 맛있다고 계속 집어먹으니까 속이 조금 느끼해진다. 편의점에서 2+1 행사 중인 포키와 귤을 동시에 까먹으면서 삼시세끼를 본다. 뜬금없이 오늘 SBS에서는 특선 영화를 한단다. 제목은 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