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탐라유배일지] 다운타운

49일차

by 태희킷이지
11085108.jpg


2016. 11. 8.


8시 35분에 눈을 뜬다. 5분 늦게 조식을 차리고 어제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가 낳은 한 무더기의 설거지를 시작한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오늘 점심은 짬뽕각이다. 나는 밥까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백미쾌속으로 밥을 두 컵 해놓는다. 짬뽕을 먹으면서 정수리로 땀 좀 뽑아내니 2시 30분, 이 시간엔 자연스레 눈이 감긴다. 낮잠타임이 분명한 듯하여 3시 알람을 맞춰놓고 누웠다. 그리고 3시 30분에 깨어난다.


점심먹고 김영갑 갤러리에 갔던 스탭동생이 휴관일에 당첨되는 바람에 성산에 있는 단수이 카스테라를 사왔다. 전자렌지에 살짝 데웠는데 안그래도 큰 몸뚱이를 더 부풀린다. 포근포근하니 계란빵맛이 많이 나는데 빵 사이에 들어있는 치즈가 맛을 덜 지루하게 한다. 우유 하나를 사다가 함께 잘 먹었는데 카스테라 안에 공기가 많이 차있어서인지 배부른듯하면서도 배부르지않다.


스탭형누나를 따라 다운타운에 나왔다. 지난 번에 야끼우동을 해먹고 양배추와 숙주가 남아서 이마트에 들러 메밀면과 가쓰오부시를 사왔다. 내일 저녁은 야끼소바로 정했다. 이마트엔 라면처럼 금방 해먹을 수 있는 야끼소바를 팔고 있었지만 진정한 야끼소바란 공장이 아닌 가정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장인정신으로 제품 야끼소바를 집어들었다가 제자리에 두고왔다.


신서귀에는 이마트와 맥도날드 스타벅스가 나란히 있는데 그게 너무나 다운타운답고 멋지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박혀있다가 다운타운에 몸뚱이를 내밀었더니 몸이 배배 꼬이는 듯하면서 괜히 설렌다. 스타벅스 2층에는 사람들로 우글우글하다. 오전에 화장실 청소하다가 물이 좀 튄 것 빼곤 얼굴에 물 한 방울 안 묻힌 하루지만 침착하고 우아하게 라떼 한잔을 마신다.


이것도 한 시간 지나니까 지친다. 도시인 놀이는 집어치우고 빨리 촌으로 돌아가야겠다.


11085111.jpg


11085122.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탐라유배일지] 가만히 있기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