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일차
2016. 11. 10.
근 보름만에 일을 했다. 이제 81명의 인터뷰가 남았다고 생각하니 힘이 샘솟... 아침부터 신나게 내리던 비가 조금 잦아들 때쯤 서귀포로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사장님이 베라 알바생 마냥 "정량보다 많이 드렸어요~"라고 속삭이는 연탄 근고기집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고기를 굽는다. 두꺼운 비계까지 바싹 익혀먹고 물냉면도 한 그릇 비우고 일어서니까 비가 급 쏟아진다.
은행에 간 ㅇㄷ형을 기다리는 차 안에서 ㅁㅇ누나가 사준 따뜻한 라떼를 한 잔 마신다. 오늘부터 스타벅스 겨울컵이 나온 거라는데 너무 이뻐서 안 버리고 챙겨뒀다. 아까워서 물 컵으로 며칠 써야겠다. 고기에 커피까지 형누나에게 잘 얻어먹고나니까 슬슬 잠이 온다. 발가락만 살짝 내놓고 낮잠 자기 좋은 날씨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흔들리지 않고 두툼한 이불 속에서 조용히 낮잠을 잤다.
오늘 내릴 비는 다 내린 것 같아 해 떨어지는 걸 봐 가면서 뜀박질을 시작했다. 아침부터 내린 비에 젖은 골목은 가로등 빛이 스며들어 꽤 이쁘다. 어둑어둑해지고 나서야 돌아온 게하 안에서 미취학아동의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무슨 놀이를 해야 할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