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일차
2016. 11. 18.
눈곱을 떼면서 아침 산책을 나온다. 생각보다 발가락이 시리다.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성당으로 미사시간을 알아보러 왔다. 주보를 들춰보는데 공소에서 하는 미사 하나를 제외하면 토욜, 일욜 미사가 하나씩 밖에 없다. (작은 성당이라 당연한 건데) 그게 너무 이상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계속 갸웃대다가 이제야 깨달았다.
열시를 조금 넘겨 다들 외출하고 나만 남았다. 밥통이 비었길래 쌀국수를 사러 나왔다. 난 여기 처음 왔는데 세븐일레븐 아저씨는 10년 단골한테 하듯 인사해주신다. 쌀국수 컵누들을 하나 집어들고 오는데 아저씨는 투쁠원이라고 강조하신다. 혼자 먹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물론 세 개도 혼자 먹겠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면서 거듭 투쁠원을 권유하신다. 웬만하면 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세 번째 권유하실래 두 개를 더 들고 왔다. 아저씨는 얼굴 가득 팔자주름을 만들어 웃으시며 인심 좋게 이야기 하신다. "젓가락도 세 개 가져가~"
몰려오는 오후의 졸음을 참으면서 지난 주에 못 본 삼시세끼 본다. 잠은 깨는데 자꾸 배에서 정수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난다. 영상 속 음식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까 방금 밥을 품은 배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배가 끙끙댔으나 더는 먹지 않으려고 이를 닦고 애꿎은 귤만 처묵했다.바로 길 건너에 있는 국밥집에서 저녁을 먹는 상상을 하면서 밥때를 기다렸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일찍 돌아온 게스트 형, 동생이랑 차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이 둘은 아까 점심에도 여기서 밥을 먹었다는데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어서 왔단다. 가라아게는 웬만한 순살치킨보다 떨어졌으나... 하얼빈과 먹은 치즈감자고로케는 어어어엄청났다아. 특히 감자는 치즈와 구분 못 할 정도로 입안에서 부드럽게 뭉개졌다. 입안에 남은 이 친구들의 흔적이 지워지기 전에 빨리 집에 가서 맥주 한 모금을 더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