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차
2016. 11. 23.
아침부터 화장실 문은 굳게 닫혀있다. 모닝쉬를 하러 우도항 대합실로 가는 길이 너무나 괴롭다. 하늘은 온통 회색구름으로 채워졌고 양볼가득 느껴지는 바람 싸다구는 어제보다 차갑다. 간김에 오늘 배는 뜨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직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진 않아서 알 수 없다는 답변을 주셨다. 추워도 이 시간에 나온 김에 일출을 보려고 기다린다. 일출시간은 지났는데 하늘이 환해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조식으로 땅콩머핀에 커피 그리고 어젯밤에 맥주랑 마시다가 남은 소시지를 먹는다. 겉이 바삭바삭한 스콘처럼 씹히는 땅콩머핀을 하나 더 집어먹는데 창밖의 하늘이 환해진다. 부지런히 배로 뛰어간다. 어제랑 다르게 항구에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섬을 탈출하는 배에 오르면서 어제 섬을 탈출하던 사람들의 밝은 얼굴이 떠올렸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섬을 탈출해 다시 섬으로 왔다. 어제 성산항에 오던 시간에 오늘은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오늘도 바람이 좀 불긴하지만 하늘색은 어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나치게 맑아서 약간 억울하다. 점심으로 부대찌개면을 끓인다. 라면봉지에 써있는대로 별첨스프를 마지막에 넣으면 짬뽕라면 맛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그냥 끓일 때 스프들을 한꺼번에 넣으면 더 맛이 좋다. 추워서 패딩입고 동네 한 바퀴를 가볍게 걷는다.
내일 집으로 떠나는 ㅇㅇ님을 보러 떠난지 열흘도 안 되어 다시 서귀포로 간다. 아... 확실히 따숩다. 쓰던 침대가 비어있어 자리를 잡았다. 익숙한 자리에서 익숙한 저녁을 먹고 누웠다. 어후 내 몸에 술향기도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