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일차
2016. 11. 24.
바다에 바짝 붙은 구름때문에 7시 반이 되어서야 해를 봤다. 11시에 공항부근에서 ㅈㅈ를 만나기로 해서 서둘러 준비를 한다. 물론 술 먹은 다음 날이니까 편의점에 들러 쌀국수는 먹었다. 동문시장에서 ㅈㅈ를 만나서 유럽에 있는 ㅊㅎ형 사진을 띄워놓고 불바다 합동생파를 진행했다. 오랜만에 본 ㅈㅈ는 날 보자마자 한라산에 사는 거냐고 물었다. 대제주시 나온다고 아침부터 머리도 빨았는데 별 소용이 없나보다.
12시를 조금 넘긴 지금부터 나는 공항에서 5시간을 버텨야한다. 유배지로 면회를 오기로한 ㅅㅈㅎ은 10시 도착이라는데 ㄱㅎㅂ은 또 5시에 온다고 해서 집에 다녀오긴 애매할 것 같아 공항에서 죽치고 앉아 영화를 보기로 한다. 맛이간 손전화를 꺼냈는데 용량이 부족해 영화를 볼 수가 없다. 쌓이고 쌓인 사진들을 하나하나씩 클라우드에 올리고 지우고 있다보니 2시간을 날렸다. 앨범 속 옛사진 속 젊고 날씬한 나님의 자태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공항에서 하는 이상한 퍼포먼쓰도 보고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별 걸 다했는데도 시간이 안 간다. ㄱㅎㅂ이 도착했을 땐 많이 지쳐있었다. 오자마자 가방을 맡기더니 화장실로 가는 놈을 기다리면서 고민했는데 와도 별로 할 게 없을 것 같다. 공항만 벗어나도 행복할 것 같아 일단 쏘카를 빌렸다. ㅅㅈㅎ이 꼭 먹자고 노래를 부르던 전복김밥을 먹으러 갔는데 전복에서 자꾸 계란 맛이 난다. (그건 바로 계란이었기 때문이었다.) 맛도 안 보고 3개나 산 걸 무척 후회하며 고기국수를 한 그릇 먹었다.
ㅅㅈㅎ이 오기까지는 두 시간이나 더 남아있어서 삼양검은모래해변, 이호테우해변을 찍고 왔다. 깜깜해서 하나도 안 보인다는 친구를 위해 검은 모래에 불빛을 비춰주었고 말모양 등대를 손으로 가리켜주었다. 드디어 10시, ㅅㅈㅎ은 어마어마한 택시승객과 함께 왔고 택시줄을 기다려 동문시장에 있는 게하로 왔다. 매일 아침 빌어드실 운동이 있다는 것 빼곤 계획이 한 개도 없어서 바다 쪽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잠시 계획을 짰다.
6인실의 닝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서인지 와이파이가 넘 느리다. 옆방 와이파이로 웹툰을 본다. ㄱㅎㅂ이 ㅅㅈㅎ이 가져온 크림으로 칫솔질 한 거 빼곤 꽤 무탈한 하루다. 그나저나 내일 아침 ㅅㅈㅎ이 진짜 깨울 것 같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