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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희킷이지 Feb 22. 2017

[탐라유배일지] 면회 끝

68일차


2016. 11. 27.


새벽부터 온천에 몸을 빠뜨렸다가 건져냈다. 어젯밤처럼 탕 속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물이 더 차다. 젖은 머리를 탈탈탈 말리는데 바나나우유 하나가 간절하게 생각나서 친구들에게 대접하려 했지만 온천 앞 편의점은 문이 닫혀있다. 내리는 비를 피해 빠르게 짐을 싣고, 8시 반 비행기를 타는 ㄱㅎㅂ도 싣고 공항으로 간다. 얘네들은 올 때도 따로 오더니 갈 때도 따로 간다. 이상한 애들이다.


ㄱㅎㅂ을 공항 앞에 떨구고 ㅅㅈㅎ과 자매국수집에 간다. 오픈 시간이 조금 못 되어 도착해서 차안에서 기다렸는데 드라이버 ㅅㅈㅎ은 피곤했는지 금방 잠든다. 멍때리다 8시를 좀 넘겨들어갔더니 테이블 하나 남기고 꽉 차있다. 우리 뒤론 웨이팅이다. 노란면이 뽀얀 국물에 담겨 나오는 고기국수 대신 오늘은 빨간 비빔국수를 선택해봤다. 최근에 어디서 먹어봤던 맛인 것 같아서 계속 생각해봤는데 고기만 빼면 문어비빔국수랑 같은 맛이다.


이렇게나 바람이 차가운데 발목양말을 신고 있는 아저씨한테 렌트카를 반납하고 공항에서 ㅅㅈㅎ을 보냈다. 공항 화장실에 앉아 영역표시를 한 뒤에 702번을 탄다. 그동안 잠을 못 잔 것도 아닌데 버스 좌석에 앉자마자 눈이 감긴다. 짐을 던져놓고 쌀국수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충 먹고 있는데 친구들의 면회가 끝난 게 실감이 나서 꽤나 허전하다.


삼시세끼를 보는데 평소랑 다르게 배고픔보다 잠이 먼저 찾아와서 낮잠을 잔다. 냉장고를 살피다가 저녁으로는 알리오올리오를 해먹기로 한다. 반팔에 패딩을 입고 마늘쇼핑을 다녀온다. 멀리서도 보이는 치토스를 한 봉지 먹고 싶었는데 어젯밤에 쿠크다스 열개 먹은 게 생각나서 그만뒀다. 레시피대로 차근차근 따라하고 완성된 파스타를 그릇에 담는다. 레시피에는 간을 보라는 말이 없어서 나는 또 테이블에 앉아 간을 보고 앉아있다. 아무 맛도 안나서 허브솔트를 때려부었다. 분명히 인터넷에서는 아무렇게나 해도 맛있다했는데 솔직히 맛이 없다.


먹고 자고만 반복한 오늘에 변화를 주기 위해 5km를 열심히 달리고 들어왔더니 형이 치킨을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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