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차
2016. 11. 28.
고객센터 업무가 시작되는 9시가 되자마자 어제 얻은 아이폰의 유심락을 풀어 아이폰 유저가 되었다. 몇 시간 잡고 있었는데도 이 물건을 어떻게 써야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전에는 동네 주민센터에 스마트폰 강좌 같은 게 왜 있는지 몰랐는데 아 이제는 알 것 같다. 아 어디든 좋으니 찾아가서 수업을 듣고 싶다.
하루를 아침 운동으로 시작했더니 엄청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긴한데... 그 대가로 극도로 피곤해진다. 피곤한 몸으로 점심을 먹으러 제비상회에 간다. 두부유부우동과 고로케를 함께 주문했다. 이 집은 음식도 그렇지만 그릇들도 참 이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요즘 인스타엔 다 이쁜 그릇만 등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슬퍼졌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 온갖 것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다. 어제 신은 내 양말을 슬쩍 올려놓아도 모를만큼 아주 많이도 열려있다. 양면테이프를 이용해 문에도 화장실 앞 거울에도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빨간 리본을 달아놨는데 허약한 접착력때문인지 몇 분 뒤 리본들을 바닥에서 발견했다. 점점 미쳐가는 바람을 대비하기 위해 창문에 뽁뽁이도 붙인다. 그리고나서 정말 정말 참으려 했지만... 늦낮잠을 자버렸다. 형이랑 오후에도 꼭 운동을 가기로 했었는데 둘 다 잠들어서 오후 운동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오늘 운동을 두 번 했으면 두 배로 뿌듯할 뻔 했는데 아쉽게 됐다. 는 아니고 두 배로 힘들 뻔 했는데 다행이지.
어떻게 하다보니 저녁에도 제비상회에서 덮밥을 퍼먹고 있다. 이쯤되면 사장님이 깜짝 할인을 해주신다던가 조용히 다가와 귀에 대고 "이렇게 자주 올 거면 달 계약 하실래요?" 라고 물어볼 줄 알았는데 그냥 또 오시라고 인사만 해주신다. 카악 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