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7만 8천원-> 추가 수당이 생겨 10만 원)
3월 5일(7만 8천 원-> 추가 수당이 생겨 10만 원)
대학생이 된 우리 형이 주로 하던 알바가 주말 연회장 알바였다. 젊은 날의 그는 토요일 하루 빡세게 일하고 왕창 벌어서 일요일에 신나게 쓸 수 있는 삶을 지향했던 것 같다. 몇 살 차이는 안 나지만 알바 경험이라곤 전혀 없던 나는 돈도 벌고 뷔페도 먹는다니 세상은 아름답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나치게 순진했다. 맛있는 거 많이 먹겠다며 부럽다고 하는 철없는 동생을 우리 형이 얼마나 한심하게 쳐다봤을지 궁금하다.
시간이 흘러 나도 형처럼 대학생의 탈을 쓴 전문 알바몬이 됐다. 일찍부터 다른 알바는 몰라도 뷔페는 하지 말고 깨끗한 거 하라는 형의 당부를 듣고 자란 터라 내 알바인생이 연회장 알바로 시작되진 않았다. 하지만 학교 안 가는 주말 일거리라는 점, 밥 제공이 확실하다는 점, 비교적 강력한 페이와 지급 속도 때문에 결국 나도 뷔페에 발을 디뎠다.
다만 내가 해왔던 알바는 엄밀히 따지면 대부분 연회장이 알바라기보다 출장뷔페 알바다. 제대로 된 연회장 알바 경험은 많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핵심적인 차이는 말 그대로‘출장’에 있다. 출장뷔페 알바는 세팅해야 할 음식과 식기류를 직접 차에 싣고 날라야 한다. 이 말은 행사가 끝나면 결국 다시 돌아와서 짐을 내려야 한다는 말이다. ‘준비한 음식은 다 먹어 치울 테니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겠네?’라는 안일한 생각을 할라치면 무시할 수 없는 무게의 짬(남은 음식)이 훅 들어온다. 연회 장소에서 나오는 쓰레기 역시 온전히 우리 몫이다.
물건을 싣고 나르는 일이 추가되다 보니 자연스레 복장에 차이가 생긴다. 집기를 날라야 하는 출장뷔페 알바는 아예 정장을 요구하거나 단체 유니폼을 입게 하는 연회장 알바보다 비교적 복장이 후리 하다. 단색 셔츠에 워싱 안 된 청바지 정도. 사업장 규모로 인한 차이도 있다. 보통 연회장 업체는 규모면에서 케이터링 서비스 업체보다 훨씬 거대하기 때문에 음식의 가짓수나 양도 더 많고 빈 접시가 쌓이는 속도도 더 빠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알바도 더 많이 뽑는다. 하지만 끊임없이 빈 그릇을 치우고, 모자란 음식을 채우고, 나르기만 했지 아직 먹어보지도 않은 이 음식의 정체가 뭔지 묻는 손님마다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비닐장갑을 끼고 원형 테이블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접시는 높이 쌓여만 간다. 접시 사이사이 유물처럼 발굴되는 다양한 쓰레기(다행히 기저귀는 없었음)를 마주하니 아찔해져 정신을 잠깐 잃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접시 채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음식 쓰레기 사이에서 일반 쓰레기를 무심히 손으로 구해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너무 불쌍해 보일까 봐 기분이 좀 그랬지만 “너도 하게 될 거야”라는 끔찍한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다음 날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이두박근의 존재를 확인하며 고통스레 잠에서 깼다. 점심 약속이 있어서 어떻게 하다 보니 이틀 연속 뷔페에 가게 됐다. 어제의 나에겐 지독하게 괴로운 일터였던 뷔페가 오늘의 나에겐 천국이 되었다. 두 시간 반가량 골고루 먹어치운 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테이블에 그대로 남겨진 휴지 더미를 그대로 보고 있자니 어제의 내가 생각난다. 이리저리 테이블을 정신없이 오가며 속으로 17 다음 숫자를 외쳐댈 알바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