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10만원)
8월 27일 (10만원)
하루에 일곱개씩 알바를 지원하는데 될 기미가 낫띵이라 괜히 점점 길어지는 머리만 쥐어뜯고 있었다. 이런 내 꼴을 어떻게 잘 아셨는지 ㅎㅊ쨩이 생명의 전화를 주셨다. 연남동에 있는 집에 못을 박는 알바(?)라는데 지인이 에어비앤비로 쓰려고 하는 집이라고 한다. 콘크리트 벽에 못 몇 개 박고 콘센트 몇 개 교체하는 거라길래 그리 걱정없이 일주일을 기다렸다.
비슷한 알바를 해본 적은 없지만 군대에서 헌 건물을 반쯤 리모델링 해놓고 병사들을 써서 공사를 마무리했던 적이 있다. 천장은 휑하니 뚫려있고 벽에는 전등 스위치와 콘센트 구멍만 있는 상황인데 전기선하고 UTP 케이블을 천장위로 깔아 구석구석 선을 빼내서 마감하는 작업이다. 전기 안내리고 전기선 끊다가 굉음과 함께 니퍼를 날려먹어 욕도 먹긴 했지만 나름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그리던 미켈란젤로에 빙의해 열심히 천장에 석고보드 붙였던 기억이...(당연히 돈은 못 받았다)
첫 번째 집에서는 콘크리트 벽을 뚫어 거울을 하나 달고 창가에 커튼레일을 설치했다. 전기드릴을 4년만에 써보는 것 같다. 군대에 있을 때처럼 일단 저질러놓고 대충 수습할 수는 없어서 인터넷에서 하라는대로 해봤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벽에 구멍이 뚫는데 손에 전해지는 진동과 함께 묘한 희열이 느껴진다. 드릴 끝을 계속 보고 있다보면 계속 뚫어버리고 싶은 파괴욕이 솟구친닷
두 번째 집에서는 낡은 콘센트와 스위치를 전부 교체하고 화장실 등을 LED등으로 바꿨다. 당황스럽게도... 콘크리트 벽을 뚫는 전기드릴은 있었지만 전동드릴은 없어서... 10개가 넘는 스위치와 콘센트를 모두 드라이버로 교체했다. 손목을 하도 돌려서 아직까지 오른팔이 저릿하고 삐걱댄다. 가만히 있는데도 진동이 느껴지는 듯하다.
손톱사이의 봉숭아 물이 혹여나 금방 빠져버릴까 싶어 발라놓은 탑코트가 일하면서 무진장 벗겨지긴 했지만 오랜만에 땀흘리며 돈벌어서 만족한다. 다만 콘센트랑 스위치 교체할 땐 그 때마다 전원 내리러 가는 것도 일이라 노동메이트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 전기선 오랜만에 만졌더니 괜히 쫄리면서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