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일차
2016. 12. 2.
73일차 유배일지도 열심히 메모해뒀는데 손전화 메모장에서 전체선택 후 복사를 누르려다가 붙여넣기를 누르는 바람에 72일차 유배일지만 남기고 73일차는 날아가버렸다. 안 그래도 매일 밀리는 일지 짧게 쓸 수 있겠다. ㄲㄲㄲ
점심으로 고등어구이를 먹었다. 태어나서 손에 꼽을 정도로 열심히 먹었다. 생선정도는 남김없이 먹어야 참어른이 될 텐데 큰 가시에 입 안을 몇 번 찔리고나선 젓가락이 잘 안 간다. 참어른 못 해먹겠다. 점심 먹고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오늘은 어제랑 반대방향이다. 집 앞 도로랑 만나는 골목에 낯선 버스 한 대가 서있다. 이동도서관 버스라고 써붙여놨길래 눈 주위의 빛을 손으로 가리고 코팅된 버스 창안을 들여다 보다가 손전화 게임하던 사람이랑 눈이 마주쳤다. 이따 2시 반부터 우체국 앞에서 시작한다고 그때 오라신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입성한 이동도서관에는 생각보다 책이 많다. 특히 신간에는 눈길이 가는 책도 많이 보인다. 유배생활이란 모름지기 학문에 힘을 쏟아 그 시대의 지성이 되어가는 필수 과정인데 나는 여태 유배지에서 고작 책 다섯 권을 펼쳐봤다. 물론 무조건적인 다독이 항상 옳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다섯 권을 그간 열심히 되새김질 해온 것도 아니라서... 그저 내 속도에 맞게 꾸준히 책을 읽는 게 일상이 되었으면 한다. 밥시간, 운동시간처럼 책읽는 시간도 정해야겠다. 지난 번에 본 ㅅㅈㅎ의 리디북스가 탐나긴한데 이제 가방에 더이상의 기계는 들고 다니고 싶지 않다.
운동갔다가 집에 오는 길, 지붕위에 떠있는 달 하나, 별 하나가 무지무지 그림같다. 이런 장면은 사진으로 찍어서는 감흥이 이어지질 않는다. 연필을 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