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차
2016. 12. 6.
일어나자마자 부지런히 삼시세끼를 본다. 매콤한 두루치기랑 뜨끈한 어묵탕을 먹는 걸 가만히 보고 있자니 침과 숨이 한 번에 넘어가려고 한다. 비엔나소시지 7개를 잘게 썰어 털어넣고 볶음밥을 만들어 모니터 앞에 돌어왔다. 이제 숨 대신 밥이 넘어가서 좀 살 것 같다.
한바탕 알바를 몰아쳤더니 배를 채운 태희마냥 마음이 편안하다. 눈꼽을 떼면서 수월봉으로 설렁설렁 산책을 간다. 이 동네는 어딜가든 바람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귀에 이어폰을 꼽아도 바람소리가 들린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바람소리가 달라지는 게 음악이 바뀌는 듯 하다. 주유소에 못가서 있는 공구집 앞을 지날 땐 대나무가 있어서 사각사각 소리가 들리고 담배연기가 새어나오는 이발소 앞을 지날 땐 유난히 문이 덜컹이는 소리가 난다. 이런 소리들은 잔잔한 음악에 가깝다. 무밭이 펼쳐져있는 직선도로에 진입하면 말그대로 귀에 때려박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그의 강력한 랩핑에 실청할까 두렵다. 오늘도 수월봉엔 어김없이 바람이 분다.
자신의 재산이 얼만지 기억이 못 하는 재용찡의 똘망똘망한 눈을 보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슬퍼진다. 그와 다르게 나는 잔액이 백원단위까지 생생해서...
저녁에는 제대로 된 이름을 몰라 그동안 아방가르드라고 불렀던 <아방도르다>에 다녀왔다. 닭가슴살 스테이크, 함박 스테이크. 메뉴가 두 개라서 고르기가 더 어렵다. 모형같은 달걀프라이와 함께 썰어 한 입 크게 물었더니... 아 운동하고 닭가슴살 대신 닭가슴살 스테이크를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도 안 먹었는데 닭가슴살이 벌써 노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