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일차
2016. 12. 13.
우유를 사러 하나로마트에 갔다가 김밥 두 줄도 손에 들고 돌아왔다. 편의점 공장 김밥보다 저렴한데다 온기까지 느껴지는 수제김밥을 입에 넣고 오물대니 입 한 가득 참기름 향이 퍼져나간다. 그렇게 든든한 아침밥을 먹자마자 점심밥을 안쳐놓고 운동을 하러 왔다. 점심 메뉴를 생각하면서 달리기를 하고 있는데 하체운동을 하고 있던 형이 고기 비전을 제시한다. 느릿느릿 생기를 잃어가던 다리근육에 힘이 샘솟는다.
마트에서 목살을 사다가 구워먹었다. 과식을 방지하기 위해 쌈채소와 버섯, 양파, 마늘도 같이 구워먹었는데 그냥 모조리 다 먹어서... 전혀 의도대로 된 것 같지는 않다. 그 와중에 안쳐놨던 밥도 맛있게 돼서 뜨거운 밥을 입안에서 굴려가며 정신없이 흡입했다. 고기를 뱃속 가득 채우고 걷는 산책길이 참으로 든든하다.
3시쯤 되어서 제주시로 알바에 간다. 가기 전에 형이 일하는 카페에서 따뜻한 자몽차를 한 잔 마셨다. 얼굴에 달달하고 뜨끈한 피가 도는 것 같다. 송사부 말로는 이렇게 뜨거울 때 달달한 건 엄청나게 단 거라고 하던데 다음부턴 그냥 아아마셔야겠다.
알바현장에 들어오자마자 전구 다섯 알 정도를 깨먹었다. 조그맣고 가벼운 알전구가 파짓거리며 터진다. 오후에 알바를 하면 이상하게 늘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평소보다 몸이 내 맘처럼 안 움지는데 오늘이 그렇다. ㅈㅇ형이 시키는 대로 느릿느릿 천장에 노끈을 매달고 그 끈에 줄전구를 달고 나니 주위가 컴컴해졌다. 돌담쌓는 일은 내일 해야 할 것 같다.
비오는 도로를 빠르게 달려 10시가 못되어 퇴근을 완료했다. ㅈㅇ형이 가져온 스팀 허브 닭가슴살에다 현미밥을 먹는데 이건 천상의 맛이다. 한끼에 몇 봉지는 뚝딱 먹을 것 같다. 그렇게 건강하고 건강한 식사를 해놓고서... 지금은 제육볶음에 라면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아 한라산이 등판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