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11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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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기억이 안 나서 몰아쓰는 거 아님.
세끼 제 때 챙겨먹은 거 빼고 한 게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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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6.
금요일마다 집 앞에 오는 이동도서관에서 빌린지 한 달이 넘어가는 지대넓얕을 읽는다. 내용이 아주 새로운 건 아니지만 학교에서 아무 생각없이, 두서없이 배웠던 것들을 하나하나 이어주는 느낌이라 책장이 잘 넘어간다. 처음 유배올 땐 책을 많이 읽으려고 도서관 위치까지 생각해가면서 움직였었는데 여태 읽은 책이 고작... 5권이다.
안하던 운동도 꼬박꼬박하고 있는 걸 봤을 때... 하나씩 습관이 되면 (그리고 지금보다 잠만 덜 자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2017. 1. 7.
한경도서관 근처에서 갈비탕을 먹었다. 형이랑 차타고 지나가다가 저기 맛있다고 했었던 게 기억나서 들어가봤다. 동네사람, 여행객이 섞여서 테이블이 다 차있다. 잠시 서있었더니 금방 자리가 난다. 기본 찬의 호위를 받아 갈비탕이 나오신다. 맑은 국물부터 한술 떠 먹는다. 간이 과하지 않고 깔끔하다. 좀 비싸긴 했지만 뼈에 튼실하게 붙어있는 고기가 가격을 용서하기 충분하다.
유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를 예약하고 나니까 친구들은 탐라까지가서 집 안에서 뭐하냐며,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라고 한다. 솔직히 와있는 동안 탐라국의 구석구석을 많이 돌아다녀보지도 않았고, 여기저기서 추천받은 곳들에 모두 가본 것은 아니지만 나한테는 이제 탐라'까지'는 아닌 것 같다. 나한테 탐라국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올 수 있을 것 같고, 결국 올 것 같은 장소가 된 것 같다.
2017. 1. 8.
ㄱㄱㅈ이 어젯밤에 보내온 홈메이드 토마토 스파게티 사진때문에 밤새 괴로워하다가 나도 아침부터 알리오올리오 해먹었다. 생긴 건 마음처럼 되는데 맛은 마음처럼 안 된다. 역시 뭐든 내면은 바꾸기 어려운 법이다.
점심에는 뭔가 땀을 뚝뚝 흘리며 거칠게 먹을 수 있는 게 먹고 싶어서 떡볶이를 했다. 만들 때부터 불안하긴 했는데 양이 점점 불어나더니 2인분이 되어버려서 꾸역꾸역 먹느라 땀을 뚝뚝 흘리긴 했다.
오늘은 좀 많이 걸어야겠다 싶어 신창까지 가려했는데 걸어가려니 생각보다 너무 먼데다 바다에 어울리는 날씨도 아니다. 좋다는 얘기만 들었던 신창 해안도로도 언젠가 가봐야 하는데... 김대건 신부님 기념관까지 갔다가 다시 올레길로 되돌아오는데 갑자기 산길이 나와서 좀 당황스럽다. 길었던 산책이 꽤나 피곤해서 집와서 잠깐 앉아있다가 그대로 자버렸다.
운동을 다녀오니 며칠간 자리를 비웠던 형이 돌아왔다. 근데 다시 륙지에 다녀오신다고 한다. 다시 돌아오자마자 인바디를 하기로 했다.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2017. 1. 9.
혼자 사는데 밥이라도 더 잘챙겨먹으려고 장을 보러 간다. 사부님이 강조하는대로 풀떼기를 많이 먹으려고 양상추랑 방울토마토도 집어오고 찹쌀탕수육키트도 하나 들고왔다. 지난 번에는 달걀이 한 판에 6800원이었는데 어느새 천원이 더 올랐다. 이것저것 집어오다보니 영수증에 5만원이 넘게 찍힌다.
지난 번에 먹다 남은 목살을 구워먹고 커피 한 잔을 들이킨 뒤 산책을 나왔다. 얼마 전에 알바를 지원한 신라호텔에서 면접일정이라며 연락이 온다. 5일간 하는 사무보조인데 면접까지 보는 걸보면 중간 단계없이 직접 알바를 뽑나보다. 붙을지 안붙을지도 모를 면접만 보러 시내에 나가기는 억울해서 영화시간을 찾아본다. 라라랜드를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서귀포에 하나뿐인 영화관에 라라랜드는 이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