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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유배일지] 책을 읽은 것도, 잠을 잔 것도 아닌

115일차

by 태희킷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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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3.


형을 따라 아침 운동 다녀왔다. 6시 반에 출발해 30분을 뛰어서 수월봉에 올라갔는데 해가 뜰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일출은 옥상에서 보기로 하고 느릿느릿 집으로 걸어왔다. 아침으로 된장찌개를 소리내면서 흡입했다. 오랜만에 아침부터 쌀을 먹으니까 뱃속이 든든하다. 형이 도서관 가있는 동안 밀린 일기 쓰기와 졸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누워서 잤다.


침을 닦으니 점심이다. 된장찌개 데우고 소시지와 달걀하나를 불에 휘저어 점심상을 차렸다. 얼마 전에 신창 해안도로를 처음 가봤다는 얘기를 하니까 형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갔다오긴 했는데 형이 말하는 카페는 전혀 모르겠어서 신창 앞바다로 드라이브 휘익 나갔다. 바람을 뚫고 걷던 며칠 전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꽉찬 달의 영향인지 바닷물이 해안도로로 넘실넘실 넘어온다. 바다를 정면으로 보고 있는 조용한 정자에 잠시 서있다가 다시 차에 탄다.


훌륭한 드라이브였지만 정작 내 두 다리는 산책은 못 해서 다시 동네에 이리저리 펼쳐진 골목골목을 발 닿는대로 걷는다. 금요일이라는 게 갑자기 생각나서 이동도서관 버스에 책을 반납하러 간다. 아직 읽고 있는 책도 있는데 신간책꽂이에 있던 두 권을 또 집어왔다. 아침 저녁으로 표지라도 보다보면 분명 읽을 것이다. 의자에 몸을 완전히 기대서 책을 읽다보니 또 잠이 스물스물 온다. 5분 단위로 타이머를 맞춰놓으면서 쪽잠을 잔다. 이럴 거면 한 번에 30분을 맞춰놓을 걸 그랬다.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잠을 잔 것도 아니고 애매하게 오후를 보냈는데 어느새 운동 갈 시간이다.

이제 리사무소 헬스장에 오시는 어른들과 인사도 한다. 머리를 풀고가면 낯설어하시는데 깔끔하게 묶고 가면 그래도 알아보시는 것 같다. 생생정보에서 나오는 삼겹살과 목살의 아름다운 비주얼에 집중력이 흩어지길래 운동을 빠르게 마무리 한다. 닭가슴살 마늘을 두개 으깨넣어 볶아 먹었는데 자꾸 아까 본 삼겹살과 목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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