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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유배일지] 애월

123일차

by 태희킷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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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21.


어제보다 바람은 잠잠해진듯하다. 한림에 나가서 커피나 한 잔 하고 오려다가 이왕 버스타고 나가는 거 조금 더 나가서 애월에 내렸다. 메뉴가 딱 하나라는 해물라면집에서 대기표를 뽑아놓고 사람이 넘실대는 봄날카페와 몽상드애월을 지나치는 산책길을 걷는다. 빠르게 커져가는 대기번호를 보고 기대를 잔뜩하고 있었는데 해물라면은 매우매우 실망스럽다. 잘못된 끼니 선택에 괴로워하다 급히 편의점에 들러 초코송이를 입에 물고 나왔다.


한담해안산책로를 따라 곽지해변까지 천천히 걷는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바다위의 하늘빛은 너무나 구려서 탐라국이 아닌듯하다. 산책길을 걷는 사람이 하나 둘 줄어들다가 지디카페를 찾아 서성이는 관광객들조차 보이지 않을 때쯤 저멀리 곽지해변이 보인다. 모래 위에서 한 사람이 몸을 살랑 살랑 흔들고 있길래 뭔가 싶어 가까이 접근했다. 가까이 와서 봐도 여전히 뭘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계속 보다보니까 태극권 같기도 하다. 기억을 되살려 나도 한 번 자세를 잡아보다가 그만뒀다.


매번 헷갈렸는데 카페태희는 곽지해수욕장에 있던 거였다. 괜히 반가워 사진 하나 찍어두고 옆에 있는 투썸에 들어갔다. 한 조각이 남아있는 아이스박스를 퍼먹고 싶었지만 아메리카노 한 잔만 시켜놓고 세 시간 동안 밀린 일기를 썼다.


술 한 방울 안 마시고 술 마신 사람 얘기 듣는 건 너무나 버거운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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