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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사는 건가

개똥같은 인터뷰 #36

by 태희킷이지
개똥같은 인터뷰_로고(흰).jpg

https://youtu.be/ouR4nn1G9r4


인턴 떨어진 김에 충동적으로 인터뷰 신청서를 보낸다는 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있어요. 서로의 활동영역에 꽤 거리가 있다 보니 인터뷰이는 자연스럽게 랜선 인터뷰를 진행할 줄 알았대요. 봄이 지날갈 때쯤 깜짝 방문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오셨다네요. 꽤나 봄다워진 일요일 아침부터 본전도 못 찾는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부랴부랴 인터뷰이가 기다리고 있는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유난히 조용했던 카페에는 대화를 목적으로 앉아있는 사람은 전혀 없는 듯해서, 햇빛이 살짝 새는 창가에 앉아있던 인터뷰이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어요. 걸음을 옮겨 제대로 인터뷰이를 마주하고 나서야 이 사람과 말 한 마디 제대로 해 본 적 없다는 사실이 떠올라 약간 웃음이 났어요. “근데 저 너님이랑 얘기 처음 해보는 거 같은데...” 라는 이상한 인사로 시작했던 그때 이야기를 이제야 옮겨요.





(부스럭대며 인터뷰이가 쓴 인터뷰 신청서를 꺼내는 중)


저 그거 한 달 전에 쓴 거잖아요. 뭐라 썼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ㅋㅋㅋㅋㅋㅋ


괜찮아요. 보통 다 그렇게 해요. “내가 뭐라고 썼어요?” 물어보면 나님이 친절하게 읽어줘요.


ㅋㅋㅋㅋㅋ 아 읽지 마세요. 다 기억나는 거 같아요.


3월 초에 신청해주셨나...?


2월 말이죠. 떨어졌을 때니까. 흐흐흐


아... 정확하게 기억하시는구나.


당연하죠.


그때의 감정을 다 잊었다곤 하셨지만...


다 잊었어요.


제가 되살리면 불쾌할까요?


떨어지는 건 항상 기분이 나쁘니까. 굳이... 아 근데 오히려 지금은 떨어지길 잘했다 싶어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 일이 있었다기보다 저한테 필요한 게 뭔지 판단을 한 거죠. 학교를 다니는 것과 인턴을 하는 것 사이에서. 다른 친구들이 다 현장실습으로 인턴을 나갔어요. 그래서 사실 조급한 마음에 급하게 지른 것 같기도 해요. 괜히 욕심 부린 것 같아요. 아 그래도 뭔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기분은 나쁘고.ㅋㅋㅋㅋㅋ


쓸 때는... 그래도 뽑힐 줄 알았어요. 진짜. 왜냐면 제가 영국에 가서 했던 일이 그거였거든요. 관련된 자료조사를 9-10개월간 계속 하다왔는데 딱 그 일을 하는 인턴이었어요. 내가 잘 한다고 생각했던 일인데 아니라고 그러니까 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어요...


아니에요. 근데 그게 제가 배워가고 싶은 진로 방향이랑 좀 다른 방향이라서 그래서 떨어트렸을 수도 있겠다고... 자기 위안 삼고 있어요.ㅋㅋㅋㅋㅋ


지원했던 인턴은 어떤 일을 하는 건데요?


비즈니스 케이스 분석하는 일이었는데 영국에서 계속 하던 일이 그거거든요. 영어 능력도 우대한다고 했고요. 계속 영국에서 영어를 했으니까 이건 서류는 가겠다 싶었는데 서류부터 떨어졌어요. 그래서 기분이 나빴죠. 뽑히신 분들은 열심히 해주셨으면 좋겠네요ㅋㅋㅋㅋㅋ(누구 들으라고 하는 얘기예요?ㅋㅋㅋㅋ)


빠르게 결정이 나서 학기를 재설계를 하고 있다고 했어요.


저는 항상 재설계가 빨라요. 포기가 빠른 거죠. 안 된 건 안 된 거고. 항상 플랜 B가 준비되어 있어요.


우어 멋있다. 저는 그게 전혀 없어서...


이게 좋은 건가요?


전 플랜 A가 실패하면 플랜 A'를 해야 돼요.


A'는 뭐예요?


A에 훨씬 못 미치더라도 자기만족적 결과를 어떻게든 해내야 해서... 지금 하는 이 짓도 인턴하려다가 안 되어가지고 하고 있거든요. 집에는 겨울방학 때 인턴 한다고 말해놔서... 어쩔 수 없이 저를 인턴으로 채용...


ㅋㅋㅋㅋㅋ 셀프로


어쨌든 재설계는 어떻게 했어요? 마지막 학기잖아요.


저 이번에 6학점밖에 안 듣습니다. (이욜~) 다들 제 삶의 질을 부러워해요.


듣기만 해도 후리해요.


후리해요. 학교 이틀 가요. 하지만 주말에 프로젝트가 있어서 주말이 없거든요.


그래도 평일을 주말같이 느낄 때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러려고 했는데... 마음이 항상 조급해서 또 일을 벌였죠. ‘나는 6학점 듣지만 남들은 18학점 들으니까 12학점만큼은 내 스스로 짜자!’ 이래서.


하고 싶었던 공부 하는 거예요? 시간 내서?


자격증도 준비하고 언어도 좀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제 나름대로 시간표를 만들어서 하고 있어요. 18학점짜리 시간표요. ㅋㅋㅋㅋㅋ (우와 궁금하다.) 궁금할만한 건 아니고ㅋㅋㅋ 시간표 만들어서 그 시간에는 공부하고 그래요. 저 취준생이잖아요.ㅋㅋㅋㅋ 졸업 요건에 컴퓨터 자격증이 있어서 그거 하고. 제가 이번에 채용설명회를 쭉 돌았는데 제가 가고 싶은 회사가 영어 회화를 중요하게 본다는 걸 접수해서 영어 회화는 제대로 해놓으려고요. 제가 원하는 게 마케팅 직무라서 기본적으로 디자인, 영상툴을 다 다뤄야 한 대요. 그래서 영상툴 지금 배우고 있어요.


진짜 열심히 하신다...


열심히에요? 아니에요 ㅋㅋㅋㅋㅋ (솔직히?) 열심히 하고 있어요.ㅋㅋㅋㅋㅋㅋ 포기한 게 있는 만큼 더 잘 해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 거예요.


근데 고민을 그렇게 해요?


무슨 고민이요?


‘제대로 사는 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 한 달 전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한 달 전 너님이 그렇게 썼어요.


대학생활 내내 그런 고민은 계속 해왔던 거 같아요. 제대로 살고 있는지. 요즘은 안 해요.ㅋㅋㅋㅋㅋㅋ 그땐 뭘 하고 싶은지 정확히 잘 모르겠으니까 이리저리 일을 벌였어요. 방향 없이 가는 게 되게 불안했는데 그래도 이제는 해야겠다는 게 정해져서.


그게 뭔데요?


비밀이에요!


아 뉘앙스만 풍겨주셔도 되는데.


뉘앙스만..? 제가 공연 사업을 좋아해서 그 분야의 마케팅 업무를 해보고 싶어요. 이게... 정말 하고 싶은 게 하나 정해지니까 그래도 가는 방향이 보이는 거 같아요.


오! 이전부터 생각은 하셨겠지만 제가 너님을 기다리게 한 한 달 동안 좁혀진 거잖아요. 어떻게??


원래 1학년 때부터 마케팅을 하고 싶었는데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다른 곳을 왔다갔다 기웃기웃 거렸어요. 무엇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할 땐 다른 것에 재능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라는 말에 공감해서 이리저리 기웃댔는데 이제 깨달은 거죠. 내가 마케팅을 그나마 잘하는구나ㅋㅋㅋㅋㅋ 그래도 다른 것보단 이걸 잘한다는 생각에 좀 더 버티게 되는 거 같아요. 어려워도 그나마 이게 젤 잘하는 거라면서 혼자 토닥이고.


기웃기웃대다 재미는 느꼈는데 놓친 것도 있어요? 냉정히 봤을 때 부족함을 느꼈다던가...ㅠ


어렸을 때부터 글을 되게 잘 쓴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렸을 땐 상도 많이 받았어요. 근데 막상 직업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보니까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저보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능력을 기르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나는 그럴 수 있나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것보단 다른 걸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래서 글 쓰는 사람들을 되게 좋아해요. 뭔가 제가 가고 싶은 길을 가는 사람들 보면 그렇잖아요.


자기소개는 의식의 흐름대로 적으셨던데 이것저것 다 적어놓고선 ‘아 난 걱정이 너무 많나.’ 라는 말로 마무리...


걱정이 많았대요?


제가 봤을 땐 조급함과 연결되는 걱정인 것 같아요. ‘여유를 부리다간 인생을 망쳐버릴 것 같다’ 이런 얘기도 있었거든요.


진심요? 제가 그랬어요? 아... 아니 인턴 떨어져서 힘들었을 때잖아요.


하지만 이게 단순히 홧김에...


홧김인 거 같은데.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꾸준히 하던 때는 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만큼 능력은 안 되고. 나는 이만큼 하고 싶고, 그래서 더 조급했던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영국에 있을 때도 그렇고 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잘하고 싶어서요?


저는 이만큼 해내고 싶은데 내 능력이 안 따라 주니까 시간도 더... 투자해야하고 더 찾아보고 그래야 하니까. (그건 직업적 성취에 대한 의욕일까요?) 음... 그냥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있고. 그냥... 잠시만요. 정리 좀 해서 말해볼게요. 음... 엄마가 커리어 우먼이세요.


안 그래도 ‘엄마 같은 사람 되고 싶다’고 써서 그것도 물어보려고 했어요.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대요? 그랬...어요?


네.


좀... 딸은 엄마같이 되어야한다 이런 게 있잖아요. 그래요... 엄마가 너무 멋지신 분이셔서.


롤 모델인 거예요?


롤 모델은 아닌데 그냥 엄마만큼은 되고 싶어요. 엄마만큼은. 어렸을 때 엄마가 너무 바쁘셨어요. 그래서... 어... 나 울 거 같아요.ㅋㅋㅋㅋㅋ 어렸을 때는 엄마를 많이 찾는 나이잖아요. 엄마가 일하시는 건 안 보이고 그냥 바쁜 것만 보이니까 어린 마음에 나중에 엄마처럼 안 살 거라고 그랬어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막상 좀 커서 생각해보니까 되게 미안한 거예요. 엄마가 되게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이제서야 느끼고 그래요. 엄마처럼 안 산다고 했는데 엄마처럼 살고 싶어요. 이제는.


이 얘기를 엄마한테 해 본적도 있어요?


네. 엄마가 그 말을 어렸을 때 들으셨을 때 되게 상처 받으셨던 기억이 있어요. 화를 내셨던 기억이. 근데 엄마가 이제 연차가 쌓이시고 퇴직나이도 가까워지니까 좀... 본인이 바쁘게만 살아온 거에 대해 후회가 되는 거 같다고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은데.” 라고 했었죠. 흐어ㅠㅠ


티슈 가져다줄게요. 울면서도 말 잘 하시네에~


두서없이 했는데.


네 맞아요. 가끔 저는 녹취 풀 때 녹취가 아니라 거의 번역을 하는 느낌도 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엄마가 커리어가 대단하신 분이니까 본인의 자식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나 봐요. 어릴 때부터 저희에 대한 기대가 되게 크셨어요.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투자도 크셨고. 근데 요즘엔 그냥 너네가 좋아하는 거 했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소박해지셨네요.


소박해지셨어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옛날에는 이렇게 기대가 크신 분들이어서... 내가 왜 이 기대에 맞춰서 살아야 하지? 이런 생각에 반항하고 싶은 적도 많았고 일부러 엇나간 적도 있었어요. 기대가 크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제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걸 보면 계속 쪼셨어요. 제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걸 못 견디셨어요. 어릴 때부터.


오옷 그럼 부지런히 뭘 하는 게 체화 된 건가요. 익숙해졌을 수도 있고.


익숙해졌다기보단... 이건 그래서 엄마가 좀 미운 건데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뭘... (훌쩍) 뭘 안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심어주신 거, 불안감을 심어준 건 좀 미워요.


지금 생각하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에너지가 생기는 데 도움을 많이 받은 거 같은데.


맞아요. 그런 건 보고 배운 것도 있고. 엄마가 그래도 그만큼 쪼아줬으니까 이정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옛날에는 그러셨는데 지금은 부모님 두 분 다 너네가 좋아하는 거 했으면 좋겠고 딱히 음... 일적으로 성공하는 게 성공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살고 싶은 대로 살래요. 너무 좋아요. 흐흐 요즘 너무 좋아요.


자식들에 대한 기대를 갖는 건 부모님이라 어쩔 수 없으시겠지만 자식입장에서 부담 덜 되라고 그런 얘기를 해주신 거 같네요.


맞아요.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요. 요즘은 되게 좋아요.


근데 한 달 전엔 좋지 않았나 봐요. 요즘 하는 생각이라는 질문에 답변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답변들은 하나로 귀결되는 느낌이 전혀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 어떻게 살까.’ 하다가 ‘내가 지금 연애해도 괜찮나.’에 이어 갑자기 거울을 보셨는지 ‘뾰루지 안 났으면 좋겠다.’ ‘볼 살 안 쪘으면 좋겠다.’는 걱정으로 전개되는데...


연애는 이미 접었어요. 1년 접기로 했어요.


목표에 좀 더 집중하는 거예요?


그렇죠!


병행은 안 되는 거예요?


저는 병행을 못 합니다.ㅋㅋㅋㅋㅋ 병행을 하다가 둘 다 엉망이 된 적이 있어가지고. 그냥 모르겠어요. 1년 뒤에 좋은 사람 만나지 않을까요.


거의 뭐 마음에 온오프가 있나보네요.


ㅋㅋㅋㅋㅋㅋ 다들 그래요. 그게 니 맘대로 되냐고. 그럴 수도 있죠. 참아야죠. (크으) 그래서 요즘 도서관만 가면 되뇌는 말이 있는데 ‘나는 기계다. 나는 기계다.’


어우~


불쌍해요? 제가 불쌍해요?!!


아니요. 슬퍼요.


근데 그런 사람들 꽤 있지 않을까요?


있겠죠.


그게 저예요. 아 연애 하고 싶은데... 지금은 제 마음만큼 잘 해주지 못 할 거 같아서요.


평소에는 뭐해요? 여유 있을 때.


저 그냥 막 걷는 거 진짜 좋아해요. 산책 같이.


미세먼지랑?


없어요. 광주는 청정한 구역이라.ㅋㅋㅋㅋㅋ 공기 좋아요. 담에 오세요. 무등산으로 오세요. 또 뭐 읽는 거 좋아하고. 쉴 때는 거의 혼자 있어요. 평소에 사람들 많이 만나고, 쉴 땐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요. 사람들 만나는 데...


좀 뺏기고?


네. 만나는 건 좋은데... 에너지를 좀 뺏겨요. 그럴 수 있죠.ㅋㅋㅋㅋ


그렇죠. 사람 성향이니깐


맞아요.


저는 둘은 괜찮은데 사람이 많아지면 정신도 분산되고 내가 뭔 얘기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요.


맞아요. 괜히 쓸데없는 말 하게 되고.


그죠. 하고 나서 후회되는 말들 있잖아요. 하아~


근데 걱정 얘기밖에 없죠. 자기소개에.


네 사실... 그래요. 지금은..?


없어요. 요즘은 평화로워요.


예전엔 너님이 평소에 하는 고민들을 이야기하면 곁에서 자기 경험을 얘기해주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어요.


맞아요. 선배들이 항상 있었는데... 저도 살면서 뭔가를 점점 더 알아가잖아요. 선배들은 저보다 1, 2년 더 살았으니까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조언을 구하는 편이에요. 근데 제가 이제 학교에서 최고 학번이에요. 여자 중에서 나이가 젤 많은 편이고.


졸업한 선배들한테 연락...


해도... 하루 내내 일하시고 바쁘고 이러니까.. 저녁을 먹자고 해도 퇴근하고 오면 8시가 넘어가버리니깐. 제가 좀 1, 2학년 때는 좀 의존적인 성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대는 성향이. 예를 들면 전 남자친구한테도 그랬는데 “오빠 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해?” 라고 물어볼 때 상대가 말을 해주면 제가 선택을 앞두고 생각해볼 수 있는 게 하나 늘어나는 거잖아요. 지금은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기댈 곳이 사라져간다는 이런 생각에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게 지금이에요?


그렇죠. 이번 학기부터죠. 아니 근데 제가 정말 기대고 그런 성향이 아니었는데... 이게 되게 안 좋은 게 전 남자친구가 이상...ㅋㅋㅋㅋㅋ 오빠들은 왜 그래요? 왜 이렇게 오빠부심을 부려요? 왜 자기가 더 어른인척 하고 그래요?


책도 있던데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읽진 않아서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전남 자친구는 항상 자기한테 좀 징징대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어요. 힘든 거 있으면 제발 기대달라고 말해달라고 하고. 근데 그게 습관이 되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좀 의존적이게 됐던 것 같아요. 요즘 안 그래요.


여튼 학교 다닐 땐 경험에서 나온 선배들의 조언이 꽤 큰 힘이 됐나 봐요.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 거죠. 대신에 안정감을 기대하던 그 존재가 사라지면 심리적 안정감이 무너져서 혼자 못 있는 거죠. 후유증도 좀 있고. 멘토는 항상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근데 제가 독립적인 상태에서 멘토가 있는 게 좋은 거지, 의존적으로 기대게 되는 건 안 좋은 거 같아요. 그 사람이 사라졌을 때 공허함이 너무 큰 거 같아요.


너님은 어떤 선배인 거 같아요?


저요?


너님한테는 기댈 수 있는,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 선배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나본데 선배로서의 너님은 어떤 모습인가 해서요.


저는 그냥... 좋은 선배는 아닌 것 같은.. ㅋㅋㅋㅋ 제가 항상 선배들이랑 잘 어울리고 후배들이랑 잘 안 만났었는데 자주 못 봐서 그런지 저를 좀 불편해하는 거 같아요. 저는 가까워지고 싶은데...


선배들이랑 있는 분위기가 좀 편한가 봐요.


내가 말하는 게 상대방한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니까 후배들한테 말하는 게 조금 조심스러워지는 거 같아요. 꼰대질이 될 수도 있고...


많이 만나 버릇하다보면 좀 편안해지겠죠.


근데 만날 일이 없는 거 같아요... 학교 후배들은 잘 안 보는데 밖에서 프로젝트하면서 만나는 후배들은... 저 되게 좋아해요.ㅋㅋㅋㅋㅋ


왜 좋대요?


음... 왜 좋냐구요? 만만해서?


‘편안해서’로 합시다. 똑같은 말이라도 다르잖아요. 만만해서가 뭐예요...


편안해서... 그래서 좋대요. 후배님들께 사랑을 받고 있었나 봅니다. 흐흐흐.


그나저나 여태 한 달 전의 너님 얘기를 했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 거 같아요.


나는 기계다 하면서... 마음을 잡고 있고요. (주위의 반응은 어때요?) 엄마가 너무 좋아하세요.ㅋㅋㅋㅋㅋㅋㅋ 마인드 컨트롤 너무 잘하고 있다고.


우리 딸 대단하다고!


우리 딸 대단하다고. 너무 잘하고 있다고.


기계라는 게 진짜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기 싫어도 ‘아 나는 기계니까 오늘의 분량을 끝내야 해.’ 감정을 덜 섞는 거죠. 제가 좀 감정적이어서 감정에 휘둘릴 때가 많거든요.


근데 그게 돼요?


진짜 해야 되니까 하는 거죠. 해야겠다 싶으니까.


근데 하고 싶나 봐요. 완전 하기 싫으면 안 하잖아요.


그런가 봐요. 하고 싶나 봐요. 제가 목표를 정했다고 했잖아요. 거기 진짜 들어가고 싶거든요. 다른 회사에 지원할 땐 하기 싫기도 하고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여긴 너무 가고 싶은 거예요.


오오 좋다. 그런 마음이 든 다는 게 얼마나 소중해요.


맞아요. 맞아요.


아 저도 뭔가에 폭 빠져서 엄청 하고 싶다던가. 어디서 하고 일을 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어렸을 때 연극을 했어요. 연극을 하고 싶어서 성적을 올리고 막 이럴 정도로 되게 좋아하던 거였어요. 근데 못 하게 해서 계속 하진 못 했는데 나중에 커서 보니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로도 그 쪽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아 진짜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아하는 거니깐. (멋있다.) 붙고 싶어요. 열심히 해볼게요.ㅋㅋㅋㅋ 1년 뒤에!!


아 1년 계획이에요?


네 1년 계획이에요. 이맘 때 채용공고 지원을 하고 있겠죠? 1년 뒤에 밥 먹어요.ㅋㅋㅋㅋㅋ 아 근데 인터뷰 나오는 데도 오래 걸리겠다.


네. 1년 뒤에 나올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인터뷰이들이 다들 참을성이 상당하더라고요. 항상 얘기해요. 엄청 오래 걸릴 거라고. 저도 살아야죠. 이러면서.


그럴 수 있죠. 자기 생활은 챙겨야죠.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얘기하니까 힐링이 되는 거 같아요. 속 얘기를 풀어내니까.


요즘은 친구를 만나도 한 친구랑 얘기할 수 있는 폭이 좀 좁아지는 거 같다는 생각도 해요.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꺼내려다 포기하는 말들이 있잖아요.


맞아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ㅋㅋㅋ 근데 인터뷰 하다보면 이해하는 폭이 되게 넓어졌을 거 같아요.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억지 공감도 안 하고요. 그냥 이런 삶이 있구나... 딱 그 정도. 그나저나 재미는 있어요? 마지막 학교생활이신데.


그냥 남은 학교생활이 너무 눈에 보이니까 좀 아쉽기도 하고... 조금 애뜻한 느낌? 그래도 조금밖에 안 남았으니까 잘 채워야지... 이런 마음도 있고.... 또 연애하고 싶은데 참고 있어요.ㅋㅋㅋ (아... 기계 폭발할 거 같은데...?)


졸업식에 갈 때면 졸업하는 친구들한테 물어봤었어요. 너님의 대학생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고. 너님도 미리 한 마디 해줄래요?


학교생활이요? 많이 큰 거 같아요. 진짜 서툴렀는데 어... 좀... 많이 깨지면서 많이 배웠구나. ㅋㅋㅋㅋ 사람이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이런저런 거 해보면서 많이 부딪히면서 얻어가는 게 있구나... 이런 느낌? 근데 정리 돼요? 제 말?


정리는 나중에 하면 돼요. 지금 제일 잘 하고 싶은 건 뭐예요.


전문성을 가지고 싶어요.


그런 말은 모호해서 몰라요 난.


일단 외국어로 막힘없이 소통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말을 할 때 한국어만 해도 사람이 대화가 잘 안 될 때도 있잖아요. 좀 쉬운 예로 해도 연인사이만 해도 대화가 잘 안되잖아요. 그게 좀 잘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말을 되게 못해요.


말이요? 말은 제가 또 손에 꼽게 못하는데.


ㅋㅋㅋㅋㅋㅋ 너님도 못해요? (그래서 이렇게 듣고 있잖아요.) 저도 말을 잘 못해요.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저한테 생각을 하고 말을 뱉으래요. ㅋㅋㅋㅋㅋ 뱉고 생각하지 말고.ㅋㅋㅋ


인정받았네요. 말 못하는 거ㅋㅋㅋㅋㅋ


지난학기에 그래도 교정을 많이 했어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요?


그냥... 스피치 수업 듣고. 신문스터디 꾸준히 하면서 계속 토론 하고. 제가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제가 좀 소심해요. 그렇게 보여요?


자기가 그렇다는 데 뭐...


ㅋㅋㅋ 소심해서 제가 말을 다 못해놓고 나중에 아쉬워하는 경우가 되게 많았었어요. 그래서 내가 표현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제대로 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사람관계에서도 그렇고 일적으로도 그렇고. 그게 항상 아쉬웠어요. 내가 의도한 건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외국어도 외국인한테도 그러고 싶어요. 언어적으로도 되게 잘 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외국어에 욕심이 있나 봐요. 외국어 얘기 할 때 눈이 좀 반짝거려요.


외국어를 되게 잘 하고 싶어요. 그냥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 때 외국어로 무슨 말을 할 때 못 알아듣는 게 진짜 싫어서. 나중에 저거 다 알아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ㅋㅋㅋㅋ 아 그리고 제가...


원없이 얘기해요. 집에 갈 때 후회하지 말고.


그리고 저는 되게 잘 맞는 사람들이랑 프로젝트를 하는 걸 좋아해요. 음... 그니까 시너지 내는 걸 되게 좋아해요. (학교에서 팀플을 많이 하셔서 그런가?) 아니 팀플은 사회악이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 한 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뭔가를 이뤄내는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내 팀이랑 마음 맞는 내 팀이랑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어요.


사람관계가 제일 힘들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하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랑 일을 하려면 나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1년만 기계가 되어보려고요. 저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속성들을 모아 봐도 되고.


일단 소신이 있는 사람이 좋고요. 착한 사람이 좋아요. 안 약은 사람. 약은 사람 진짜 싫어해요. 그리고 자기 일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아요. 그런 사람을 보고 있으면 배울 게 많은 거 같아요. 자주 쓰는 말인데 사람이 옆에 있으면 물들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흐흐흐 그런 사람이 좋은 거 같아요. 그저 약은 사람은 싫어요. 사람관계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고 싶진 않아서 제가 맞는 사람들이랑 일하고 싶어요.


너님과 안 맞는 사람들은 또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요?


가십거리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 앞뒤가 너무 다른 사람은 싫어요. 저랑 가까운 사람들은 저한테는 진실했으면 좋겠어요. 거짓말을 안 하고. 그래요.


근데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자기 안에도 그 모습이 어느 정도 있어서 그렇대요. 결국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처럼 되지 않으려고 되게 노력을 하면서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싫어하는 사람들처럼 되지 않는 노력이 너무 기특하지 않아요?


그런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요?


어느 선생님한테요. 숲에서 하는 치유프로그램에서. 그 얘기 들었을 때 되게 신기했어요.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얘기했거든요. 자기 얘기만 맞는 사람이 되게 싫다고. 그래서 자기 주장이 센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그 중엔 나만 옳다는 식으로 귀가 닫혀버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저는 그러기가 싫다고. 그 얘기를 하는 순간 그 선생님 말씀에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도, 좀 더 잘 듣고 싶다는 이 마음도, 제가 스스로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럼 너님은 누구한테 얘기를 해요?


저도 인터뷰하면서 신나게 얘기 많이 해요ㅋㅋㅋㅋ 다만 인터뷰를 옮길 때 제 얘기를 많이 쳐내죠. 제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럼 지금 너님 얘기는 저만 듣는 거네요ㅋㅋㅋㅋ


그렇죠.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제가 벌써 스물 넷이래요.


....


죄송해요. 몇 살이세요?


저 일곱이요.


일곱이에요? 스물 된 지도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스물 넷이라니까 어.. 어떻게 4, 5년이 간 거지.. 이런 느낌이에요.


언제부터 시간이 빨리 간 거 같아요?


그 전에는 시간이 잘 안 갔는데 3학년 때부터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 거 같아요.


왜 빨리 갈까요?


그땐 하루하루 꼭 해야 하는 게 존재했어요. 내가 하루에 해야 하는 분량이 존재해서 그걸 하다가 몇 개월이 훅 간 적도 있고...


공부를 한 거예요?


자료분석을 했죠.ㅋㅋㅋㅋ 영국에서... 그때는... 나는 그 정도 실력이 안 되는데 이 만큼을 해야 하니까 하루 분량을 정해놓고 되게 퍽퍽하게 살았어요. 그랬더니 몇 개월이 훅훅 가더라고요.


여유 있게 일처리를 해놓고 놀 수는 없는 상황이었나보네요.


여유 있다니요. 항상 마감을...ㅋㅋㅋㅋㅋㅋ


부담이 좀 많았나 봐요.


맞아요. 그리고 잘하고 싶어서... 좀 대충 넘어가면 되는데 음... 자료를 찾는 거니까 더 좋은 자료 없나 이렇게 찾다가 항상 마감 가까이에 냈어요.


약간 완벽주의...?


친구들이 놀려요... 제가 별명이 토끼인데 술 먹다 튀어서 그런 거거든요. (아 도망가요?) 술 먹다 튀어요. 과제 있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 토낀다고 토끼예요. 친구 한 명이 나중에 직장인 되고 저 부르면 일 한다고 바쁘다고 안 올 것 같다고 하니까 옆에 있는 친구는 무슨 소리냐고 지금 이미 그러는 거 아니냐고... 이런 식이에요.


이미 바쁜 이미지시구나ㅋㅋㅋ


네 조금요. 그리고 제가 친구들을 만나는 범위가 좀 넓어요. 보통 여자애들 같은 경우 세 네 무리를 지어서 만나는데 저는 좀 다양하게 만나거든요. 사람 욕심도 많고, 일 욕심도 많고 그런 것 같아요.


잘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시간을 쏟는 거고, 시간을 쏟다보면 진짜 그렇게 되겠죠.


만나면 진짜 잘해줘요 친구들한테. 진짜 잘해줘요. (약간 자기방어 같은데...) 아 진짜 잘 해줘요. 못 만나도 항상 친구들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고. 애들 일정 다 알고 있고. 언제 시험 보는지 알고 있고. 진짜예요.


아까 나이 얘기 나와서 그런데 스물 넷이 되니까 어때요? 기대하던 스물 넷의 모습도 있을 텐데.


스물 한 살 때 스물 네 살인 언니 한 분을 만났는데, 나는 스물 네 살 때 진짜 저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외활동에서 만난 언니인데, 기획서를 만들어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도 스물 네 살 때 저 정도는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일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너무 평가가 좋은 언니였어요. 원래 자기가 닮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성장속도가 진짜 빠르대요. 마~악 불붙어서 되게 노력을 한 대요. 그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느낌으로 열심히 했어요. 뭔가 좀 안 될 때도 그 언니 생각하면서 한 적도 있고. 근데 제가 그 나이가 됐네요. 만족해요.


전 26살이 되게 기대됐어요. 결혼하고 싶은 나이였거든요. 결국 못 해서 우울해했더니 친구들은 그저 로망이라고만 생각하더라고요. 너님이 생각하시는 결혼은 어때요?


그냥 결혼하기 싫다는 친구들이 많아요. 연애는 연앤데, 결혼은 생활이 되어버리니까 그러 의미로 싫어하는 친구들이 있는 거 같아요. (현실감이 확 오는 건가?)


요즘 프로젝트하는 교수님한테 들은 건데 요즘 20, 30대는 자기애가 되게 강한 세대래요. 그래서 자기한테 조금만 상처를 주면 끊어 버리고, 썸 많이 타고, 찌르고 도망치고 많이 그런대요. 예전보다는 상대를 위해서 희생하고 배려해야겠다는 마음이 덜 한 사회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는 누가 너에게 상처를 주도록 두지 말라고 배웠는데 교수님 말씀을 기반으로 봤을 땐 배려랑 희생이 있으려면 그런 것도 감수해야한다는 얘기니까 약간 혼란이 왔어요. 뭐가 맞는 거지 싶기도 하고.


그래서 너님은?


저는 인생 짝꿍 찾는다는 식으로 하고 싶어요. 인생 짝꿍. 좀 멀리가려면 같이 가고,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이런 말 있잖아요. 지금은 빨리 가야하니까 그렇고ㅋㅋㅋㅋㅋㅋ 멀리 볼 수 있을 땐 서로 투닥투닥하면서 잘 지낼 수 있는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결혼하고 싶어요. 하게 되지 않을까요?


친구들이 결혼하기 싫다고 얘기할 때 너님은 하고 싶다고 얘기해요?


음... 네. 전 하고 싶다고 얘길 해요. 근데 그런 친구들은 보통 연애할 때 좋은 면만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스스로 얘기 하더라고요. 자기들은 안 좋은 면을 못 보여준대요. 그래서 결혼을 하기 싫은 거 같대요. 상대방이랑 너무 친밀해지는 게 싫다고...? 근데 결혼은 서로의 모습이 다 까발려지는 거니깐 그게 안 되는 거 같다고. 근데 저는 연애할 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다 보여서. 안 좋은 면도 다 보이고. 혼자 앓는 생각도 다 공유해버리곤 해서. 모르겠어요. 연애도 안 하고 있는데.


지금은 멀리가기 위해 짐 싸는 중이잖아요.


사람은 공부하는 때가 있으니까요.


그 때는 언제일까요?


음... 중요한 걸 앞두고 있을 때? 제가 수능... 때 후회가 많이 남아가지고. 수능이 중요할 때 잖아요. 근데 좀 안일하게 마음을 먹었다가 그게 나중에는 큰 후회가 되니까. 다음번에 중요한 뭔가가 있으면 좀 더 집중을 하면 내가 나중에 후회는 안 하지 않을까 이런 마음..?


천천히 가도 된다는 여유가 나중에는 아쉬움이 되니까. 근데 못 돌아가니까. 그게 조금 아쉬웠어요. 할 수 있을 만큼은 해볼 걸 이런 거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인턴을 빨리 털어버릴 수 있는 게 할 만큼 했다 싶으면 차라리 미련이 빨리 떨어지는 거 같아요.


사람관계도 그렇고, 뭐 하나 시작 할 때도 그렇고 내가 그래도 최선을 다 했다 싶으면 차라리 그게 미련이 없는 거 같아요. 이번에도 미련 남기긴 싫어서...


그래서 1년 바짝


네. 1년 바짝 기계상태로... 근데 너님은 뭐하고 싶어요?


글쎄요. 사실 별 걱정 없이 살았는데 이제 저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슬슬 늘어나서... 그게 참 걱정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어디에요.


남이 하는 내 걱정을 걱정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너무 괜찮으면 안 될 거 같아 ‘걱정되지만 괜찮아...’ 라는 표정을 지어주곤 있어요.


나름 고충이네요.


그거 말고는 뭐.. 행복하죠.ㅎㅎ 근데 기계라도 좋아하는 건 틈틈이 해야 하잖아요. 뭐 하고 있는 거 있어요?


좋아하는 거 해야죠. 저 진짜 첫 주에 너무 힘드니까 그냥 생각나는 거 쭉 글로 썼어요. 글 쓰면 원래 스트레스 풀린대요. 일기가 스트레스에 그렇게 좋대요.


원래 글은... 싸는 거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아요. 여튼 첫 주 스트레스는 그렇게 풀고. 그냥 마음 맞는 친구들, 유난히 이야기가 잘 통하는 친구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 꼭 한 번씩 불러서 보고. 근데 친구가 인턴 나가서 자주 못 봐요. 늦게 퇴근해서 쓰러지듯 자고 이러니까 불러내기도 미안하고... 아 그리고 그런 게 좀 있는 거 같아요. 경영학 분야가 좀 넓어요. 경영학을 좀 아십니까?!ㅋㅋㅋㅋ


경영학이요? 저 경영대 건물에서 물은 많이 먹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경영학이 분야가 되게 넓어요. 회계, 재무, 생산운영관리, 인적자원관리, 마케팅, 홍보 분야마다 갈 길이 다 갈라지더라고요. 공무원 준비하는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통하고요. 그래서 같은 동긴데도 접점이 좁아지는 거 같아요. 점점. (ㅠㅠ 추억이나 적당히 팔다가 빠이빠이...)


인터뷰 오기 전에 어떤 얘기할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


저 그냥 너님 믿고 왔어요ㅋㅋㅋㅋㅋㅋ


그냥 걔가 알아서 떠들겠지?


ㅋㅋㅋㅋ 아니 오기 전에 정신없이 있다가 와가지고. 여기 와가지고 도착해서부터 걱정했어요. 나 무슨 말 하지.ㅋㅋㅋㅋㅋ


다 그렇긴 하는데... 끝날 때 되면 무슨 얘기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가세요.


대화한 느낌이에요. 이런저런 얘기


(인터뷰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저는 이 시간 자체가 되게 편해요. 제가 머리 써서 질문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편하게 물어보고 들을 수 있는 얘기 듣고 오는 것 같아서요. 마지막으로 인터뷰에 대한 약간의 소감이나 욕을 해주세요. 아 경영학적 관점의 조언도 좋습니다.


아 그냥 지금 좋은데. 저는 긴 글이 좋아요. 원래 읽는 거 좋아하니까.


근데 왜 다 안 읽었어요.


네...? 제... 제가 바빠서.. 아 저도 경영학적 관점이 아니라고 맨날 혼이 나서... 전 좋아요. 너님의 낭만을 믿는다는 카피가 있잖아요. 그냥 각자의 낭만인데 사람들이 다 만족해야하나요?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경영학적으로는 크게 위기인 거 같은데...) 그럴 수 있어요.


아! 혹시 음악 추천해줄 수 있나요? 브금을 넣는단 말이에요. 인터뷰 앞에.


아 있는데... 좋아하는 노래해도 돼요? (생각 중) 아 고민이다. 노래 되게 좋아하거든요.


좋아하는 가수 세 명만 말해 봐요.


저는 폭넓게 듣는데 잔잔하면서 노래 잘 부르는 가수를 좋아해요. 로꼬 좋아하고요. 아이유 좋아하고, 슈가볼 좋아해요. 폭넓게 듣죠?


그래서 추천 곡은?


어울리는 거. 봄이니까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그 노래를 들으면서 기계처럼 살아지려나...


나 혼자 있을 때만 들으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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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님을 따라 나님도 제대로 사고 있는 것인가 고민을 해봐요.
그런데 ‘제대로’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지진 않아 제대로 된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봤어요.

제대로
[부사] 1. 제 격식이나 규격대로. 2. 마음먹은 대로. 3. 알맞은 정도로.

1번과 3번에서 말하는 격식과 규격, 알맞음은 어디선가 다시 기준을 찾아야할 것 같아 2번 정의가 마음에 쏙 들었어요. ‘제대로 사는 건가’ 하는 고민은 결국 ‘제대로’의 기준이 되었던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찾아왔나 봐요.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아서 이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리 억울하지도 않지만, 내 마음이 흔들린다고 해서 나마저 헷갈리지는 않도록 ‘제대로’ 살고 있나 자주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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