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2016. 9. 24.
이어폰 이어팁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꿈에서도 수색은 이어졌다. 총 세군데서 발견했으나 (물론 꿈에서) 일어나서 뒤져보니 어디에도 없다. '아 맞다. 서랍에 스페어가 있는데!' 라고 생각했다가 곧 이상함을 느꼈다. 내 서랍은 더이상 손닿는 곳에 없으...
영어를 무지 잘하는 중국인 게스트가 체크인을 한다. 일부러 눈 안 마주치고 열심히 컴퓨터하고 있었는데 아... 길을 물어본다. "나는 이 근처 길도 모르고 영어도 못 해서 해줄 말이 전혀 없어요." 라고 영어로 말 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서 한국어에 영어를 3퍼센트 섞어서 더듬더듬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작 어디까지 얼마나 걸리고 어떻게 가야하는지 알려주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아 혀에 마비온 거 같다.
게하 전체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들어와서 겨드랑이까지 상쾌했는데 그 한 시간 사이에 땀을 굉장히 많이 뺀 것 같다. 영어 앞에서 잔뜩 쪼그라든 몸뚱이를 대충 씻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위미항까지 올레길을 걷는데 길을 세 번 잃었다. 절반 넘게 걸어서야 내가 걷고 있던 길은 올레길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미역길을 지나 큰 바위를 폴짝 넘을 때 살짝 이상하긴 했는데... 지도를 계속 보면서 걷는데도 따라가질 못하는 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일까 생각하며 걸었다. 어쨌든 이 길을 담주부터 달리면 될 것 같다.
오늘도 나를 찾아주신 미취학아동에게 닌자포스에 대한 강의 들었다. '내 장난감 멋지지!'를 주제로 하는 강의에 별 흥미가 생기질 않아서 슬쩍 졸았더니 숨바꼭질로 강의 주제를 바꾸셨다. 큰 몸을 이리저리 구겨 잘 숨었는데 갑자기 숨바꼭질이 끝나버렸다. 내가 술래였는데. ㄲㄲㄲ
하루를 마감하는 옥상맥주시간을 기다리며 침대와 하나가 된다.
그리고 방금 세탁기 속에서 극적으로 이어팁을 찾았다. 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