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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유배일지] 디스 이즈 thㅐ연교

7일차

by 태희킷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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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7.


오늘은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날이라 알람에 부르르 떠는 손전화를 엉덩이에 깔고 아홉시 반까지 늦잠을 잤다. 부지런한 게스트들은 다들 후다닥 떠나고 게스트 하우스엔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만 남았다. 방 창문으로 얼굴만 슬쩍 내밀어 꾸준하고 안정감 있게 내리는 비를 확인하고 다시 누웠다.


아침 겸 점심으로 비빔면이랑 만두를 해먹었다. 만두를 먹는 건 나에게 항상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을만큼은 끼니를 잘 해먹고 싶다. 유배와서 다른 걱정은 하나도 없는데 끼니 걱정만 무진장 늘어난 것 같다.


잠깐 비가 그친 타이밍에 맞춰 산책을 나왔다. 축축한 날씨덕분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콸콸 솟는다. 갑자기 날아든 호랑나비를 한 번 찍어보겠다고 어디 앉을 때까지 따라다녔더니 나올 때까지 뽀송뽀송했던 몸에 모기님들이 붙어댄다. 손바닥으로 무자비하게 후려쳐 3마리의 몸통을 터트렸다. 헌혈 후에 격한 운동은 피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운동을 안했다. 결국 제주에서도 살이 찔 것 같다.


저녁은 고추장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나는 온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이 동네 맛집은 다 간 것 같다. 뉴중고차를 얻어타고 새연교에 갔다.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파도가 바닥에 심어놓은 폭탄처럼 터진다. 스탭 형이 새섬을 연결하는 다리라서 새연교라고 알려줬는데 마침 다리를 건너는 외국인에게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정직하게 새연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thㅐ연교라고 이름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느낌이겠지.


돌아와서 아까 보다 만 헝거게임을 보다가 잠들었다. 매일 특별히 하는 건 없어도 잠은 넘나 잘온다.

점점 낮밤을 제자리로 바꿔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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