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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유배일지] 삼시세끼

8일차

by 태희킷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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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8.


세븐틴 노래를 알람으로 일어나니까 더없이 행복하다. 조식을 셋팅해놓고 얌전히 앉아있다. 손님이 한 팀밖에 없어서 오늘 청소는 아주 가뿟할 것 같다. "안녕히 가세요."만 하기 뻘쭘해서 괜히 트렁크를 차에 실어주고 왔다. 모녀가 여행왔던데 우리 엄마가 보면 역시 딸이 최고다 했을 장면이다. 열심히 돈 벌긴 싫은데 엄빠 모시고 지중해에 가고는 싶다.


묵직한 토스트를 하나 만들어 먹고 청소를 시작한다. 체크아웃이 빨라서 청소를 일찍 시작했더니 점심 때가 못 되어 끝났다. 어제 보다 만 헝거게임을 보니까 또 다시 뭘 먹을 시간이다. 오늘 메뉴는 미니돈까스다. 사실 메뉴는 내가 안 정한다. 냉장고에 있는 걸로 같이 해먹는 건데 음식에 별로 자신 없어서 나는 굳이 안 나선다. 안 나서니까 굳이 나한테 맡기지도 않는다. (다행쓰) 그래서 같이 있을 땐 주는 대로 얻어먹는데 대부분 맛있다. 설거지하고 손에 남은 물을 휙 털어내니 벌써 두 시가 다 되어 간다.


이불 빨래를 건조기에 돌려놓고 알람을 맞췄다. 아마 1시간 반은 잘 수 있을 거 같다. 어제 소주를 마셔서 그런가 머리가 좀 지끈거린다. 따뜻하게 몸을 칭칭감고 누웠다. 오늘 비를 핑계로 밖에는 한 발자국도 안 나갈 것 같다. 자고 일어나니 희한하게 또 다시 뭘 먹을 시간이 됐다.


저녁엔 지난 번에 장을 봐온 앞다리살을 볶는다. 난 변함없이 구석에 앉아 있다가 설거지나 해야겠다. 매일 밥만 해먹으니까 혼자 삼시세끼 찍는 것 같다. 아니 얻어먹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고창편의 오리같은... 아니다 오리도 논에서 일은 했으니까 유해진님네 겨울이 정도... 하여튼 분량 못 뽑는 게 서러워서 이어폰을 꼽고 밀린 일을 좀 했다. 쓸 때마다 뿌듯하긴한데 도무지 끝이 안 보여서 상당히 괴롭다.


방금까지 스탭 형한테 라이트룸을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새 맥주캔을 쥐고 있다. 억지스러운 바나나 향이 가득한 바나나 팝콘을 왕창 입에 넣고 맥주랑 함께 삼켰다. 내일도 일을 해야하니 한 캔만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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