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일기] 무대철거

1월 21일 (4만원)

by 태희킷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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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 (4만원)


여름방학에는 잠재적 경쟁자분들이 여기저기 유럽가시느라 알바 자리가 꽤 있는데

겨울방학에는 등록금을 벌러 나오시는 젊은 피분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힘들어진다.

뭐 경쟁이야 어쩔 수 없는데 꽤 많은 분들이 최저시급에도 기분좋게 콜을 하시는지

이 시기엔 대부분의 급여가 최저시급 그 언저리에서 돌게 된다. 그걸 보는 나는 괴롭다.

최저시급은 말그대로 생존권을 보호하는 최소한 보장 금액인데

다들 '생존'만 원하시는 걸 아닌텐데 법적 최저시급을 보장했다고 귀한 노동력을 덜컥 주시다니.

최저임금위원회의 책정 단위도 문제가 있다. 6030원이 뭐야.

그럼 또 빌어드실 6050원, 6100원 주면서 생색내는 상황이 생기는데 에라 똥이다.

십원 단위 싹 날리고 6300원, 6400원 정도 해놔야 6500원은 받는 상황이 올 텐데.


여튼 오늘은 5시간에 4만원짜리 무대철거를 하러 왔다.

같은 무게를 물건들을 옮기는 거라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한데

설치와 철거의 차이는 화장 전후 만큼이나 다르다.


설치야 내일 있을 행사라는 어느정도의 데드라인이 있는데다

준비과정에서 거듭 치고 들어오는 행사 담당자의 '변덕'이라는 변수가 강력하게 작용한다.

아 이쪽으로 옮겨주세요 아니다 저쪽에 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라는 말에

이리저리 계획에 없던 똥개훈련을 몇차례 시전하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다.


이에 비해 철거는 보통 행사가 금요일/토요일 즈음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말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즉 후딱 끝내야 내 주말이 보장되는 상황이라 일하시는 분들의 능력이 배가 된다.


대개 행사 알바는 시급이 아니라 일당계산이 많은데 이게 양날의 검이다.

'시간 초과되면 일 더 시킬거니까 각오하고 와' 라는 말일 수도 있고.

'빨리 끝내면 시급 만원 꼴이야 쩔지?' 라는 말일 수도 있는데

대부분 긍정적인 후자를 떠올리며 들어서지만 상황은 전자처럼 꼬여버리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일을 더 시킨만큼 초과수당을 잘 챙겨주시는 데도 있지만.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동화세상 에듀코 라는 회사의 출정식이었는데 아마 시무식 비슷한 거 같다.

시무식을 핸드볼 경기장에서 하는 클라스를 보고 와 오늘 연예인 좀 보겠구나 했는데

임직원 분들이 부르는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으로 별로 기분 좋지 않게 행사가 끝이 났다.


대형 LED 조명을 드는데 찌릿할정도로 무거워서 떨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는

나를 신이 도우사 전기선을 감으러 다른 구역으로 팔려갔다.

육중하면서도 매끈한 선들을 감는데 군대 생각이 새록새록난다.


5시 땡치면서 일이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씨유에서 육개장 사발면을 들어다놨다 반복하고 있는데

칼같이 입금이 됐다. 기특한 나를 위해 800원은 쓸만한데 가난한 내가 안쓰러워질까봐 그냥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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