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면 그냥 해요

개똥같은 인터뷰 #33

by 태희킷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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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VQX1TrloWk


개강즈음했던 인터뷰 원고를 종강즈음 인터뷰이의 손에 쥐어드렸어요.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인터뷰를 글로 옮겼지만 봄비 내리던 전주 한옥마을 골목골목을 인터뷰이의 뒤를 졸졸 따라 들어갔던 기억은 아주 생생해요. 인터뷰이를 따라 들어간 조용한 카페의 이름이 '봄'이었거든요.

크~ 매 계절의 초입에 하는 부지런한 다짐보다 덜 해내는 게 '인간미'의 정의라면 인터뷰이는 인간미가 부족한 사람인 게 분명해요. 인터뷰이의 블로그엔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글이 올라왔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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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기 켰어요.


아 정말요? (웃음) 아 어떡해. 재밌겠다.


도전을 좋아하신다고 얘기하시더니 역시?!


근데 힘든 도전은 좀 싫어하긴 하는데.. (아 인터뷰는 힘든 도전이 될 것 같나요?) 제가 사람 만나는 걸 좀 낯설어 해요. 스스로 느낄 정도로. 그래서 사실 피할 법도 한데 그래도 막 해요.ㅋㅋㅋ 그니까 수학 못해도 선생님이 나와서 문제 풀라고 하면 “저요 저요” 하는 학생들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더 부딪혀요.


오기라고 해야 할까요?


오기보다는... 제가 약간 저 잘난 맛에 살아서 그럴지도 몰라요ㅋㅋㅋ (그걸 셀프로 얘기하시니까ㅋㅋㅋㅋ) ㅋㅋㅋㅋ 신빙성이 있나요?


ㅋㅋㅋㅋ 제가 신청해주시고 바로 오질 못 해서ㅠㅠ 벌써 개강한지 2주는 지났잖아요. 자기소개에 써주셨던 근황과 또 달라진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그때 쓰셨던 거 기억하세요?) 아뇨


‘시작이란 핑계로 빈둥대고 있다. 맛있는 거 먹고 친구들 만나고 블로그도 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대충 제가 지금 어떤지 아시겠죠?’ 라고 써주셨는데 전 몰라요ㅋㅋㅋㅋ 제가 어떻게 알아요.ㅋㅋㅋㅋ 근황을 다시 듣고 싶어요. 변화한 게 있다면 변화한 것까지!


변화한 게 있다면 더 바빠진 거? 원래 살고 있던 수준에서 더 많이 바빠진 것 같아요. 원래 교대가 그래요. 저는 이제 교대 3학년인데 의대 학점수랑 비슷해요. 그러니까 제가 지금 21학점을 듣는데 이게 말이 21학점이지 시간으로 치면 더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강의 듣고 과제하면 하루가 끝나있고. 또 강의 듣고 과제하면 하루가 끝나있고.. 그 두 개밖에 안하는데도 거기다 뭔가 더 해야 하니까 그런 것들까지 합치면 많이 바빠진 것 같아요.


더 무언가 하셔야한다는 건.. 너님 의지로? 하고 싶은 일?


하고 싶고. 또 학교에서 시키진 않지만 해야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영어공부도 있고. 일본어 공부도 있고. 정치학을 좋아해서 그것도 따로 공부하고 있고...


교대생이 임용준비해서 초등교사가 되면,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처럼 한 선생님이 여러 개의 과목을 가르쳐주시는 거잖아요. 그걸 다 커버해야하니까 과제도 많이 질 수밖에..?


네 그렇죠. 그리고 애들이 1+1을 배우는 건 쉽지만 선생님이 애들한테 1+1=2 라는 걸 가르쳐주는 건 되게 어려운 일이거든요. 저는 공부하면서 맨날 생각하는 게 와 내가 지금 사칙연산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건 내가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그런 거구나ㅋㅋㅋ 진짜 감사하다. 나를 인간으로 만들어주셨구나ㅋㅋㅋㅋ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누굴 가르치는 건) 네. 뭐 말씀하신대로 워낙 해야 할 공부량도 방대하고 해서.


복학 앞두고 있어서 약간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걱정 섞인 자기소개였어요. 근데 예상보다 훨씬 바빠졌다고 하니까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있는 상황이겠네요?


제가 적어도 일주일에 하나씩은 영화를 보고 일주일에 한 권씩은 책을 보는 편인데 그걸 못하고 있어요. 영화를 한 3주째 못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어제는 한시 넘어서 영화를 봤거든요. 꼭 봐야겠다. 미루다간 안 되겠다 싶어서.


무슨 영화를 보셨어요?


<시월애>요. 그 영화를 한 스무 번 넘게 봤어요. 어제 본 게 스물 몇 번째일 거예요. 낯선 것들은 받아들이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근데 익숙한 것들은 받아들이려면 에너지가 그것보단 훨씬 적게 필요해요. 지친상황에서 새로운 영화를 보기엔 에너지가 너무 부족하니까 눈에도 귀에도 익숙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려고 봤어요.


여러 번 본 영화니까 목적대로 편안해지긴 했겠어요.


글을 써야죠. (아 그때마다 리뷰를 쓰시나요?) 글쓰기를 되게 좋아해요.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걸 더 좋아해서 모든 활동의 마지막은 글쓰기에요. 아마 오늘 인터뷰도 다하고 나면 뭔가 글을 쓰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을 만났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느낌을 받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다. 끝나고 나니까 이게 좀 아쉬웠고 이건 맘에 들었고, 앞으로 이걸 바탕으로 어떻게 될 것 같다는 그런 것들?


잘 기록하고 정리하는 걸 되게 가치있게 생각하시나 봐요.


네. 글에는 그 사람이 다 담겨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저를 많이 담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그래요. (솔직하게!) 네. 자기소개에도 정말 거짓된 것 하나도 없었을 거예요. 부끄러운 부분은 분명 있지만.... 제가 ‘아이코!’ 할 때마다 부끄러운 부분이에요 (웃음)모든 글에서 솔직하려고 해요. 카드 한 장이라도 그렇게 쓰려고 노력을 하고. (자기소개에 쓰신 짱구를 향한 마음도...) 네 그럼요.정말 절절합니다. (웃음)


저는 영화나 책을 보고나서 간단하게 한 줄 쓰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단순 줄거리 요약이 아니라 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좀 적어놨으면 좋겠다는 마음인데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아서요. 너님의 습관이 되게 부러워요. 되게 부지런하게 사셔야 할 거 같은데..


아까 전에 제가 아차 싶었던 게 맨 마지막에 ‘대충 제가 지금 어떤지 아시겠죠?’ 이런 말 써놨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인터뷰어가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잠시 착각을 해서 적은 것 같아요. 제가 원래는 그렇게 사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원래는 맨날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게 매일 이어지는 생활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다.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겠지? 나 지금 평소랑은 달라! 이런 의미였는데 (웃음) 몇 년지기 친구한테 그런 얘길 했으면 ‘어 너 요즘 왜 그래?’ 이런 반응이 나왔을텐데 나를 아직 보지도 못한 사람한테 그런 얘길 하니까 (웃음)


평소와 다르다는 그 부분, 시작이라는 핑계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게 좋은 의미의 여유가 아니었던 거네요.


네. 약간. (원래 내 템포대로, 라이프스타일대로 못 살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는...?) 네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아보였어요?


네. 저는 원래 바쁜데 지금 여유가 있다는 상황까지는 이해가 됐거든요. 근데 그 여유가 긍정적인 건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었구나;; 평소에는 활동적인 일도 많이 찾아보시는 편이세요? 영화제에서도 일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프로젝트 마켓 팀으로 일하게 됐어요. 전주 프로젝트 마켓은 영화감독들이 이런 줄거리에 이런 캐릭터를 가지고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아이디어를 PT로 시연을 하면 투자자들이 그걸 보고 투자할 수 있는 자리에요. 뽑힌 사람은 영화를 만들어 극장에 걸 수 있게 되는 거고 국제 영화제이니만큼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것 같아요.(웃음) 저도 들어서 알아요.


대외활동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은 학교공부가 더 바빠졌다고 하셨지만 이전에 했던 경험들도 궁금해요.


이런 거 영업비밀인데ㅋㅋㅋㅋㅋ 대학생들이 바라는 대외활동은 거의 다 해보.... 이게 좀 애매한데 합격을 해놓고 못간 게 되게 많아요. 작년에 해피무브도 합격했는데 메르스 때문에 못 가고, 국가 간 청소년 교류라고 해서 국가에서 해외를 보내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거기도 학사일정하고 안 맞아서 못 가고. 항상 시간이 좀 안 맞아서 하고 싶었는데도 못했던 게 있어요. 이번에도 삼성 드림 클래스 대학생 강사에도 선발됐는데 그것도 학사일정이 안 맞아서 취소됐거든요. 그래서...


안돼요. 그건.....ㅠㅠ


네 맞아요 ㅋㅋㅋㅋㅋ 돈이ㅋㅋㅋㅋㅋ 도전도 많이 했고 운 좋게도 합격기회를 많이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못하게 되는 게 많아서 그 부분에 대한 좌절이 되게 컸어요. 차라리 불합격 했으면 내가 다음에 좀 더 준비해서 도전해보자고 생각할텐데 해놓고도 못 가게 되니까 ‘아 난 애초에 운이 없는 사람인가. 나는 애초에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사람인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 인터뷰 신청서에 쓸 때 한창 삼성드림클래스 때문에 고민하던 상황이었어요. 취소를 해야 하나. 밀어붙여야 하나. 고민이 컸었죠. (지금은 정리가 돼서..) 받아들이자ㅋㅋㅋㅋㅋ 또 하면 되지.ㅋㅋㅋ


여러 활동에 관심있으신 걸 보면 사람 만나는 건 좋아하시나보네요.


음.. 아니요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러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기 때문에 도전을 하는 걸까요? 그리고 그 도전이 나를 성장시킬 거라 믿어서?


당연히 성장의 측면도 생각을 하겠죠. 뭘 하든지. 근데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하는 경우가 많고 그냥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아요. 누군가는 생각을 한 후에 행동을 하고 누군가는 행동을 한 후에 생각을 하잖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스스로 좀 균형 잡혀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행동이 우선인 쪽에 치우쳐 있어요. 뭔가 딱 마음이 동하면 도전해요. 아 해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면 그냥 해요. (크 되게 멋있다) 앞뒤 재지 않고ㅋㅋㅋㅋㅋㅋ


저는 많이 재는 편이라... 또 거기다 귀도 얇아서 제 안의 목소리한테도 맘이 흔들리고 그렇거든요. 되게 멋있는데요. “내 마음이 가면 그냥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띄워주신다.


그나저나 되게 신기해요. 이런 활동을 좋아하는 분들은 사람을 좋아하고 에너제틱한 활동을 즐기는 분들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되게 모순적이에요. 사람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또 사람을 만나러 나가긴 하고. 복작복작한 거나 그런 건 안 좋아하는데 복작복작할 수밖에 없는 곳을 찾아다니고.


그 얘기를 들으니까 너님의 생각이 더 궁금해져요. ‘평범한 사람들도 다 신청하는데 나도 안 될 거 없지.’라는 인터뷰 신청동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열등감이나 시기심 같은 감정도 자주 생각하신다고 했는데.... 결국 너님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죠?


그렇겠죠. 제가 그런 모습이 있어보이세요?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섣불리 판단하기도 힘들고.) 모든 사람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텐데.. 예전에는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한테도 열등감이나 시기심이 있다는 걸.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나는 하나도 안 부러워. 내가 더 잘났어.’ 뭐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하니까 저를 못 이겨 먹겠더라고요. 계속 마음만 나빠지고.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어요. 저보다 더 잘난 사람들, 같은 또래인데도 더 성숙하고 더 어른스럽고 더 많은 걸 이뤄낸 혹은 같은 나이가 아님에도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열등감이나 시기심이 분명히 있는데 요즘에는 많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예전에는 그냥 화났죠. ‘내가 뭐가 못나서!!!’ 이런 생각도 하고 흐흐흐흐


열등감과 시기심이 좋은 쪽으로 발하면 열정의 씨앗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렇죠. 정말 말 그대로 ‘내가 뭐가 못나서 쟤가 했으면 나도 할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지금은 그걸 받아들이게 됐다는 건 이젠 그 감정을 너님 스스로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달라졌다는 이야기 같아요.


일단 일부러라도 열등감이나 시기심을 자극하는 사람이나 사건을 좀 피하는 편이에요. (나의 멘탈을 위해) 멘탈 보호를 위해. 두 번째는 그 사람을 알고 있는 거 자체로 위안을 삼아요. ‘아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 자체도 괜찮네. 나도 뭐 같이 좀 데리고 다닐만하니깐 알고 지내는 거 아닐까. 괜찮네. 이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도.’ 뭐 이런 식으로ㅋㅋㅋㅋㅋㅋ이 두 가지를 많이 쓰는 편이에요. (두 번째는 격하게 공감해요! 저도 자주 쓰거든요.)


자주 생각하는 것들에... 장인정신(?)을 적으셨어요. 뭔가에 몰입하고 싶으신 욕구가 있어서 그런가 하고 넘겨짚어봤는데...


네 정확하시네요. 아까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마음만 동하면 움직여요. 하나의 일, 하나의 분야에 오래 있기를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랑 다르게 한 군데 딱 마음을 잡고 그 분야에 정진하는 사람을 되게 부러워해요. 그게 제가 느끼는 가장 큰 열등감과 시기심이에요. 제가 갖고 있지 못한 거니까. 물론 누군가는 제 면모를 부러워 할 수 있죠.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잠깐?! 자기자랑 아니죠?


아.. 살짝?ㅋㅋㅋ 그대로 쓰셔도 돼요. (웃음) 근데 저는 또 그게 아니거든요. 정말 부러워요. 정말 그렇게 한 길만을, 자신만의 길을 그렇게 우직하게 가는 게 너무 부러워요. 그런 사람들 보면 정말 대단하고 정말 멋있고요. 최근에는 이세돌 9단한테 너무 큰 자극을 받아가지고 정말 지난 주말에는 거의 아무 일도 못하고 지냈거든요. 사람한테 감동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그 집념과 의지와 열정에.


‘나도 저런 걸 품을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는 내 길을 찾아서 저런 뚝심과 열정을 보여줄 날이 올까. 그러면서 정말 인정받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하게 되고 더 잘하게 되고 그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근데 그걸 정말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이 제 눈앞에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너어무나 큰 자극을 받았어요. 머리가 주말 내내 아팠을 정도로. 정말 제 삶의 한동안 화두였어요. 그래서 이세돌 9단의 2국부터 5국까지 전부 다 돌려봤어요. 새벽까지. 계속.


넘나 감동 받으셔서?


네. 우리 주변에 그런 인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더 있을 수도 있지만 제가 이렇게 큰 자극을 받을 만한 사람은 적다고 생각해요. 전 지금 딱 두 사람 알고 있어요. 지드래곤하고 이세돌 9단. 저는 제 주변사람들한테‘나는 지드래곤을 좋아해. 지드래곤을 사랑해’ 라고 표현하지 않고 ‘나는 지드래곤을 동경해’ 라고 표현하거든요. 그런 감정을 들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GD에 대해서도 얘기해줄 수 있나요


물론 누군가는 그냥 아이돌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저도 그 생각을 존중하고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잖아요. 정말 크리에이티브하고 세상 사람들이 고민할 만한, 귀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소재들을 던져주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야에서 능하지만 자기 분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기본적으로 바탕이 되어있고, 그에 대한 프라이드도 대단하고 또 그런 프라이드를 느낄만한 능력과 재능도 가지고 있고요. 완벽하길 원하고 노력하는 그런 모습이 많은 자극이 되죠.


그런 삶을 동경하시고?


네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일단 열등감과 시기심을 느낀다는 게 거기까지 나가진 않거든요. ‘아 부럽다..’ 정도에서 끝나거든요.근데 동경이란 감정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거예요. (동력이 있는 감정이네요.)


동경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은데 뭔가 가로막는 게 있는 거예요?


이유는 딱 하나죠. 다른 일에 마음이 너무 쉽게 동한다는 거. ㅋㅋㅋ


그 이유가 하나에 정착을 못해서라기 보단 관심사의 스펙트럼이 넓어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들은 너님의 그 면모를 부러워할 수도 있을텐데.


물론 장점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제가 가장 친한 친구가 있어요.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친군데 그 친구는 저랑 정 반대에요.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과학자였고 지금도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어요.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요. 근데 친구가 말하길 저는 꿈이 한 스무 번은 바뀐 것 같대요. 저랑 정 반대이고 제가 정말 부러워하는 인간이 가장 가까운 친구인거죠.


이런 상황정도 되면 제가 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견디질 못해요. 너무 부러워하는 존재가 바로 옆에 있는데 그걸 견디지 못하고 ‘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미치겠네. 왜 나는 저렇게 못할까’ 생각하면 정말 사람 돌아버리거든요. ‘그래 나도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아니니까 지금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하나씩 쌓여서 나에게 큰 힘이 될 거야. 배워서 안 쓰는 게 없을 거야.’이런 식으로 많이 생각하려고 노력하죠.


지금 하고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너님이 동경하는 삶대로 하나에 집중하며 살 수 있게 만들 거라고 믿나요?


네. 그렇게 되길 바라요. 아주 간절히. 열심히 찾고 있어요. 하나씩 하면서. (적당히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몰입해서 하고 싶은 일은 아직 찾지 못했다는 말씀이 이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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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이 다방면으로 폭넓게 나온 것 같아요. 너님은 성격이 분명한 공부를 하고 계신데 그에 비해 생각의 제한이 별로 없다는 느낌이에요.


그건 애초의 마음 자체가 달랐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교대에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온 게 아니고 교육 쪽의 일을 하고 싶어서 왔어요. 현장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 교육을 재단하니까 그게 너무 화가 나서 현장을 경험하고 제대로 아는 교육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온 거였거든요. 구체적으로는 개도국에서 초등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거나 교사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그래서 지금도 교사에는 생각이 없는데 지난학기에 행정고시를 하겠다고 휴학을 해서 공부하다가 일이 막 얽히고 섥히고 꼬여버린 상태에요. (웃음)


‘이대로 보내면 청춘이 아깝다!!’ 고민 많으셨나봐요..


네 ㅋㅋㅋ 자기소개 썼을 때요. 맨날 짱구보고 그럴 때. (아무리 봐도 오늘은 짱구가 핵심인 듯) ㅋㅋㅋㅋㅋㅋ 물론 제가 헛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어떤 친구들은 유럽이나 미국에 가서 더 넓은 세계를 보면서 여행을 할 수 있고. 제가 영화제에서 이렇게 일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친구들은 어디 워킹홀리데이를 간다든지 모든 선택에는 이렇게 기회비용이 있잖아요. 거의 제 삶의 키워드에요. 선택과 집중 그리고 기회비용.


이대로 보내면 청춘이 아깝다는 생각은 이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가 라는 걸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자주 떠올려요.분명히 열심히 살고 뭐 적당히 만족스럽긴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으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항상 해요. 어차피 똑같이 주어진 시간인데 뭘 하느냐에 따라 다르잖아요. 제주도에 갈 수도, 유럽에 갈 수도 있고. 정말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은 그 시간에 달나라에 갈 수도 있겠죠. 그냥..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내가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쓴 말이에요. 저는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충격발언도 있었어요. 평생 공부만!!!


하고 싶어요.


어떤 공부라고 좁혀주실 수 있나요? 아니면 아예 배움에 대한 열망?


축약하고 싶은데 아직 그 길을 못 찾아서. 결국 좁히기 위해 넓히고 있는....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잘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약간 경쟁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물론 맨날 지면 싫겠죠. 근데 가끔씩 이기기도 하니까 좋아하는 거 같은데 시험 같은 것도 좋아하고 암기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냥 어려워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도요.


경쟁이라는 게 너님에게 맞는 옷 같은 거네요.


엄청 말도 안 되게 터무니없는 경쟁 말고. (싸움이 될 만한) 네네 그런 거 또 그런 것만 골라서 도전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런 심리가 내가 어느정도 위치해있나 확인하고 싶어져서..) 맞아요. 내 또래의 다른 경쟁자들과 봤을 때 내가 어떤 수준인가. 또 경쟁하는 과정에서 배우기도 하고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만나는 건 사람한테 배우는 게 있으니까 그런 거 같아요.


오우 경쟁얘기에서는 차가워 보이셨는데 자주 생각하는 것들에 ‘사랑받기’도 적으셨어요. 사랑 하기가 아니라 받기? 괜한 의미부여인가요;; (웃음)


책을 보면 항상 사랑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랑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을 하는 게 중요하고. 이런 얘기가 많잖아요. 왜냐면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 받는 것만 추구하니까. 그거에 대한 약간 반감으로 쓴 말인 것 같아요. '아니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지 어떻게 사랑 하는 것만 중요해. 맨날 사랑만 하고 사랑받지 못하면 그게 뭐 좋은 거야? 그건 또 행복한 거야?'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너님은 사랑 많이 받고 있어요?


남들한테는 적당히 받는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 받는 것만큼. 근데 제가 제 자신을 사랑하는 건 좀 부족한 거 같아요. 약간 다그치는 것도 많고 “더 열심히 해야지 뭐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보채는 것도 많아서 좀...


좀 버거울 때가 있어요?


제가 남동생이 하나 있거든요. 제 남동생은 저랑 반대에요. 많이 놀고 자주 술 마시러 다니고. 그때가 제가 고시 공부할 때였어요.동생이 나가 놀다가 제 방으로 와서는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누나 그렇게 살면 누나 자신한테 미안하지 않아?”


술 마셨나요? 되게 뾰족한 말인데...


그 질문 받고 울었어요. 저 그런 생각 안 해봤거든요. 저한테 다 좋은 일인 줄 알았어요.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게. 근데 동생이 그렇게 이야기 하더라고요. “누나는 누나 자신한테 미안해해야 돼.” 첫 째는 동생이... 철없어 보이는 동생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너무 큰 충격이었고. 두 번째는 나는 스스로한테 좋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살아온 건데 이게 뭔가 잘하지 못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좀 충격이었어요. 그때부터 내가 좀 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뒤에 약간 변화가 있었나요?


그 질문을 듣고 나서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방어를 했죠. “너는 지금 너 자신에게 잘하는 일인 줄 알아? 너 나중에 후회할거야.” 뭐 이런 식으로. 근데 제가 확실히 이겼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서 내가 정말 잘하는 걸까 하는 마음을 아직까지도 품고 있어요. 아까 이야기한 효율성이라는 말도 정말 최선일까 싶고요.


좋은 동생이네요.


가끔. 1년에 한 번씩 그런 깨달음을 줘요.ㅋㅋㅋ


너님의 길티 플레저인 짱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요.


짱구엔... 삼라만상이 담겨있죠 (웃음) 제가 원래 애니메이션 보는 걸 되게 좋아해요. 짱구를 보면 좀 마음이 편해져요 언제부터였냐면 아이코.. 정말 (웃음) 어떤 극장판이 있어요. 항상 짱구, 철수, 영희, 맹구, 훈이 이렇게 5명 같이 다니잖아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길을 잃은 거예요. 사막 한 가운데서. 그래서 애들이 막 걱정을 하기 시작해요. 어떻게 집에 돌아가지? 어떻게 해야 하지? 근데 갑자기 맹구가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얘들아 걱정하지마. 여긴 어차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야.” (웃음)


훌륭한 길치면서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만 걸어가면 된다고 우기는 제가 떠올랐어요.


비슷하시네요. 맹구랑 (웃음) 정말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 말을 들으니까 번뜩하는 거예요. 아... 이건 사실 말로 잘 표현을 못하겠어요. 애니메이션에서 이렇게 대단한 말이 나왔다니 그런 충격이 아니라 그냥.. 정말 그냥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때 이후로 시간나고 피곤하고 좀 힐링 받고 싶을 때 그럴 때 짱구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편안하게 보는데도 갑자기 감동이 몰아칠 때도 있고 정말 너무 재밌다고 느낀 순간이 있고 그래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대사는 쉬운 말인 동시에 어떻게 보면 진리라고 생각될 만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볼 때마다 쿡쿡 찔리는 것 같아요. 근데 짱구 극장판은 좀 다른가요?


극장판은 짱구 아빠의 역할이 두드러져요. 평소 애니메이션에선 아빠는 항상 직장에 가있으니까 주인공이 되기 힘든데 극장판에서는 아빠가 많은 역할을 하죠. 근데 모든 극장판에 그 장면이 나와요. 위기에 처한 짱구 가족이 이제 우리 무찌르러가자! 짱구 가족 파이팅!! 뭐 이런 식으로 의지를 다잡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을 보면... 어.. 이것도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뭔가 오는 거예요. 사실 말도 안 되는 위기상황인데 이렇게 한 가족이 똘똘 뭉쳐서 대처한다는 게 참.... 와 닿았어요.


사실 되게 이상적인 상황이잖아요. 어떤 가족에게 역경이 왔을 때 가족들이 똘똘 뭉쳐가지고 그 역경을 헤쳐 나가는 거. 근데 현실에서는 사실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자기 살 길 찾아서 다 뿔뿔이 흩어진다든지 심지어는 가족 하나를 내팽겨 칠 수도 있고. 그런 경우가 훨씬 더 많잖아요. 현실에서는. 근데 극장판에서는 다르더라고요. 매 순간 모든 극장판에서 그런 장면이 나오니까. 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낭만적인 짱구의 세계이야기도 있었지만 재테크 얘기도 나왔는데 지금 돈을 벌고 계세요?


아...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건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네요. (웃음) 아 정말 돈을 벌어야하는데 돈 벌기가 왜 이렇게 힘들죠. 흐흐흐흐흐


저도 요즘 돈 때문에 힘든데 너님은 어떤 게 힘들어요?


원래 계획은 드림클래스를 하면서 돈을 모아야하는데 그걸 취소해놓으니깐.. (ㅠㅠ) 또 사람이 진짜 간사한 게 저는 원래 과외, 학원 알바만 했었거든요. 다른 직종의 알바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요. 사람이 맨 처음부터 너무 편한 걸하고, 페이가 센 일을 하다보니까 다른 건 성에 안차는 거예요. 처절함이 없어요. 간절함이 없어요. 정말....


지금 일 자리를 구하시는 거예요?


구....하고 있죠. 구해야 되고... 제 또래.... 물론 저보다 더 잘 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래도 제가 지금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서 살고 있으니까 그건 좀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우와 진짜 자랑스럽겠어요.


이게 자랑스럽긴 한데 사실 되게 힘들잖아요. 부모님한테 아 이번 달 힘드니까 용돈 좀 주시라고 이런 말 하고 싶고. 이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안 받다가 받으려고 하면 이상해지잖아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아껴 쓰고 돈 벌려고 노력해야하고.


기숙사에 나와 계신다고 했는데 생활비를 다 버세요?


(기숙사비는 받으시죠?) 아뇨 그것도 제가 냈어요. 교정하느라 치과 가는 돈도 제가 내고 통신비까지 사실상 전부 다 제가 내요.


와 존경스러워요. 언제부터요?


2학년 올라가면서부터? 저는 일단 학비부담이 없으니깐 교대는 워낙 학비가 저렴한데다가 제가 지금 장학금을 받고 있어서 학비를 안내도 되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장학금도 너님이 번거죠. 그만큼 공부를 하신 건데.


그렇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도 장학금을 못 받는 경우도 있을 거잖아요. 다른 사립대였으면 장학금을 받아도 채워야 할 학비가 훨씬 클 수도 있고. 그런 거에 비하면 일단 학비가 제외되면서 크게 부담을 덜었죠.


부모님이 큰 그림을 그리시고 가정교육에 심으신 거 아님? 어서 경제적 독립을 이루거라....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 하는 걸 좋아해서 부모님이 저한테 돈을 좀 많이 쓰셨어요. 그런 게 좀 죄송하기도 하고 이렇게 키워놨는데 어른 돼서 돈벌이도 못하면 뭔가 좀 죄송하잖아요. (그래도 아직 학생인 걸유) 그래도! 다들 저 같은 마음은 가지고 있는데 현실이 힘드니까 못하는 거고. 저는 현실이 그게 좀 가능한 범위에 있으니까 하는 거고. 다들 마음은 굴뚝같죠. 부모님한테 손 안 벌리고 싶고. 스스로 서고 싶고.


어때요 큰 무리 없이 살고 계시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안 받다가 받는 건 마음이 되게 불편한 일이잖아요.


일단은 조금 더 잘 생활을 한다면 계속 안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또 제가 애초에 돈 욕심이 많거나 물욕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돈을 안 쓰는 게 제일이잖아요.ㅋㅋㅋㅋ 사실 제 재테크의 기본은 돈을 안 쓰는 거예요. ㅋㅋㅋㅋㅋ 돈을 허튼 데 안 쓰는 편이라서.


인터뷰 신청도 닉네임으로 해주셨어요. ‘니나’ 님. 무슨 뜻인지 궁금해요.


<삶의 한 가운데> 라는 책에 보면 주인공 이름이 니나 부슈만이거든요. 그 책을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거기서 따왔어요.


책은 1년이면 몇 권정도 읽으시는 거?


50권은 넘게 읽는 거 같아요. 한 달의 책을 두 세권 사서 보는 편이니까. (구매도 많이 하시나 봐요.) 예전엔 책을 되게 많이 샀어요. 나이가 조금 드니까 책 사는 돈이 좀 아깝더라고요. 왜냐면 이 책은 한 번 읽고 더 이상 안 읽을 것 같은데 사게 되는 책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한 번 사는데 공을 많이 들여요. 알아보는 시간도 되게 많이 쓰고 평도 많이 읽어보고 정말 심사숙고해서 살 책을 골라요. 그래서 전공서적 공부하듯이 표시하면서 두고두고 읽을 책들은 다 사요. 그것도 중고서점에서요. 그리고 한 번 읽고 말 것 같은 책들 에세이나 소설류는 다 빌려서 보고.


보통 공부하듯이 두고두고 읽으시는 책들은 어떤 책들이에요?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책, 고전 같은 거요. 뭐가 머리에 쑥 지나가는 책들 말고 머릿속에서 한 번 굴려야 되는 책들 있잖아요. 이게 무슨 뜻일까 고민해야 되는 책들.


흠흠 솔직히 말해서 누구나 쉽게 읽는 책은 아니네요. 감탄이 나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재능이신 거 같아요. 띄워주시는 거.


블로그를 통해서 인터뷰까지 하게 되셨는데 저와 제가 하는 일 대해서도 알고 싶다고 써주셨잖아요. 큰 관심 넘나 감사한 것.


조심스레 추측을 해보자면 일단 이 일을 재밌어 하니까 하시는 거겠죠. 즐거워하시니까. 되게 사람 지향적인 분인 것 같아요. 음 이런 걸 제 상황으로 가져와보면 어떻게 잘 굴려가지고 좀 남들과 다른 스토리로 만들어낼 수 있겠죠. 그래서 다양하게 써먹을 수도 있고. 근데 뭔가 그런 느낌은... 물론 그런 욕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한테는 안 읽혔고 그냥 사람한테 뭔가를 받는 느낌이 강한 거 같아요. 인터뷰 하시면서.


근데 인터뷰하러 전주 오면서 친구들한테 전주에 볼 거 뭐 있냐고 하니까 다들 “먹으러 가는 거지” 하더라고요.


아 그게 좀 아쉬워요. 원래 저는 광주사람인데 학교 때문에 전주에 거의 처음 온 거였거든요. 1학년 처음 올라왔을 땐 아는 사람 하나도 없고 외로우니까 재밌게 좀 놀아볼 수 있는 걸 찾아보자 해서 열심히 한 학기동안 다녔는데... 사람들은 1박 2일, 2박 3일로 여행을 오는 거니까 그 묘미를 모르고 그냥 줄서서 문어나 먹고 가고 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아 안 그래도 전주가 내륙인데 왜 문어가 유명하냐고 물어보려고 했음여;; 여기 사는 사람들은 관광객을 보면 기분이 묘할 것 같기도 해요.


참 신기한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여행지로 오는 곳에 일상으로 살아가는 거. 제주도에서도 게스트 하우스 스탭으로 일한 적이 있거든요. 거기서도 어찌 보면 저는 여행지에서 일상을 사는 거잖아요. 근데 놀러온 사람들은 다 행복하고 다 들떠있고 그때도 뭔가 좀 이상한 기분을 느꼈는데 여기서도 나는 학교 다니고 공부하면서 사는 건데 사람들은 복작복작 한복입고 다니고 하니까 뭔가 괴리감도 느끼고 되게 신기해요.


전 광주에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이런 낯선 분이!!


광주는 어떤 곳이에요? 저 올해 안에 무등산 갈 건데.


거기에 산다는 걸 자랑스럽게 만들어주는 곳이에요. 저는 사실 미술품 같은 걸 잘 못 봐요. 잘 모르니까요. 잘 모르니까 잘 못 보고 잘 못 보니까 재미도 없고. 근데 공간에 대한 느낌이나 감정은 강해서 건축 같은 건 되게 좋아하거든요. 공간 측면에서 광주라는 공간은 저한테 이곳에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만들어주는 공간이에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아마 제가 스스로 만든 거라기보다는 이미 있던 게 주입된 결과인 것 같아요. 광주는 이런 곳이다 하는 게 있잖아요. 거기에 저 스스로도 살아가면서 느꼈던 것들이 덧붙여져서. 조용하면서도 역동적이고 잔잔하면 것 같으면 많은 경랑이 있고 그런 게 저한테는 되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너님이 나고 자란 도시면 오히려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래서 여행가죠 (웃음) 그럴 수 있는데 좋아요. 제가 아마 다른 곳에서 살았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거 같아요.


그만큼 영향을 준 장소, 공간이네요.


도시가 그 사람을 만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한 권의 책이나 한 편의 영화가 그 사람을 만들고 바꾸는 것처럼 사람이 머무는 곳이 그 사람한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광주도 그렇고 지금 사는 전주도 그렇고 짧지만 서울이나 제주도 그렇고요. 저한테 많은 영향을 미쳤겠죠.


꼭 가봐야겠어요. 무등산 위에서 한 번 느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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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친구들하고 이런 얘기를 많이 했지만
답은 구하지 못하고 공감수준에 머물렀는데
낯선 이 사람은 내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책은 두고두고 읽지 못해도 사람은 두고두고 잘 만나고 있는 편이에요. 정체모를 제게 기꺼이 메일을 보내 인터뷰를 신청해주시는 분들 모두 적어도 저한테는 무지무지 비범한 사람들인지라 마주 앉은 그 시간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이렇게 또 한 명 늘었네요. 존재만으로 제게 근사한 자극을 주는 사람이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너님이나 나님이나 동경하는 삶에 더 가까워진 채로 다시 한 번 보아요. 아 물론 다시 만나는 데 별다른 노력은 필요 없으실 거예요. 제 인터뷰이들은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제대로 대우 받으시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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