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차
2016. 10. 8.
막걸리 기운으로 숙면을 취한 뒤 열시가 다 되어서 일어났다. 잠 깨려고 가뿟하게 동네 한 바퀴도 돌고 기운차게 옥상에도 올라가 맑은 공기를 쐬고 내려오려고 했지만 비가 와서 다시 잤다. 시간을 고려하면 아침잠에서 깨 잠시 쉬었다가 낮잠을 잤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일욜은 내일이지만 짜파게티를 끓여먹었다. 유배지에서 처음 먹는 중화요리다. 다음 주에는 국물만 마셔도 어디서 시켰는지 궁금해지는 진짬뽕을 먹어야겠다.
비는 오지만 오늘은 나가 놀아야 할 것 같아서 작업복 사러 시장 간다는 스탭형 차에 따라탔다. 시장에는 오늘도 신기하고 맛있는 게 많다. 똑같은 옷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시장 옷가게에서는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옷을 걸어둔 건지 궁금해진다. 입구에 써있는대로 유명브랜드가 총집합 되어있는 건 맞는 듯한데 중요한 건 유명브랜드 두 곳의 이름이 한 옷에 섞여있다. ㄷㄷ 키메라 같다.
시장을 나오면서 흑돼지꼬치를 사먹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 안될 줄 알았는데 꼬치 굽는 광경만 경건하게 보고 있으려니까 서서히 익어가는 꼬치가 얄밉다. 내 앞에서 있던 커플이 기다림을 못 참고 시장을 떠나버렸는데도 내 차례는 오지 않는다. 고기는 야들야들하고 비계는 바삭해서 씹는 속도가 저절로 빨라진다. 코로 맛있는 바람을 뿜어대면서 신나게 씹었더니 차에 타기 전에 다 먹어버렸다. 후. 그나저나 아주 죽을 맛은 먹지말라고 이름을 붙여놓은 건가. 아무도 안 먹을 것 같다.
시장에 다녀와서 다시 낮잠을 잤다. 사실 이 뒤로 뭐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일단 책 읽었다고 해야겠다. ㄲ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