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차
2016. 10. 13.
어젯밤에 영화 <심야식당>을 보다가 잤더니 포근포근한 계란말이를 덮고자는 꿈을 꿨다. 하루의 시작부터 배가 고프다. 반납일이 얼마 남지 않은 책을 마저 읽다가 점심을 먹고 제지기오름에 가려고 나왔다.
어제 치킨 먹다가 ㅅㅎㅇ형이 간다길래 따라가기로 했는데 오전부터 그닥 쾌청한 날씨는 아니라 별 기대는 안 하고 갔다. 규모가 작은 오름이라 한 15분만에 꼭대기에 올라선 것 같다. 벤치에 앉아 나보다 헥헥거리는 개 한 마리를 보고 있다가 바다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는 쌍안경을 한 번 들여다보려고 왔다. 별 것도 없는데 마치 북한이 보이는 것마냥 열심히 쌍안경 너머를 바라보다가 낚시배를 하나 찾아서 신이 난 탐험가의 마음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왔다.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오늘은 뭐먹지?' 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다. 오름을 내려올 때 일부러 다른 코스로 내려와봤더니 쭈욱 길을 따라가면 아까 얘기하던 3대천왕 짬뽕 맛집이 나온다고 한다. 보이는 길로 40분 간 걸었더니 아서원이라는 중국집이 나왔다. 별로 덥진 않지만 달려드는 파리에 부지런히 손을 휘젓기 귀찮아서 덜덜거리는 선풍기를 켰다. 만두가 먼저 나왔다. 생각보다 바삭하진 않고 매우 빠삭했다. 괜히 생각나서 손전화로 봉이만두 사진을 한 번 꺼내봤다. 짬뽕은... 흠 짰다.
어제 저녁을 부지런하고 알차게 보냈더니 오늘까지 뿌듯하길래 오늘 저녁도 그러려고 했지만 약기운 때문인지 계속 하품만 쩍쩍나온다. 얼음컵 시즌이 지나버린 편의점에서 단 500원에 헤이즐넛 얼음커피를 물고 온다. 한 시간 쯤 더 버티다가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