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차
2016. 10. 14.
쓸데없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손전화를 빨리 손에 쥐어야하는데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침대를 한 번 까뒤집고 나서야 침대 아래에서 1분만에 조용해진 손전화를 찾았다. 자면서 발로 걷어찼나보다. 컴퓨터 만지작대다가 도서관에 간다. 유배 첫 날 버스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로부터 버스에서는 괜히 불안해서 노래를 들으면서도 왼쪽귀는 이어폰을 귀에 걸어 열어두곤 했는데 이제 자주 가는 길은 많이 익숙해진 듯 하다.
살짝 접어놨던 책장 모서리를 하나씩 펴가면서 좋았던 부분을 옮겨적는다. 분명 읽다가 오오오오 이러면서 접어놓은 부분일텐데 꼭 다 읽고 옮길 땐 이 부분이 왜 좋았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옮겨놓은 걸 나중에 다시 들춰볼 땐(언젠지 모르는 미래에) 아마 아무런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오 만화책도 있는 좋은 도서관이었다. 3권만 보고 일하려고 했는데 다섯 시간이 지났다. 도서관을 나가면서 사서 분한테 DVD자료 이용방법을 슬쩍 물어봤다. 날씨가 우울할 땐 여기 와서 영화를 봐야겠다. 욕심을 줄이고 두 권만 집어서 도서관을 나왔다. 근데 둘 다 두께가 꽤 있어서 이번주도 다 읽을 자신이 없다.ㅎㅎ
게하로 돌아와서 외국인 게스트에게 길을 알려주고 있다. 지난 번에는 요령없이 한 시간에 걸쳐 하나하나 다 적어주고 말해주고 앉아있었는데 오늘은 두 군데 경로를 얘기해줘도 질문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구글맵 쓰는 법을 알려줬다. 저녁에는 사장님 댁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집게를 든 오른 손목이 욱신거릴정도로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맥주를 한 캔 마셨다. 아 오늘 운동도 안 했는데.
연고가 듬뿍 발린 손으로 컴퓨터 하기는 좀 그래서 책을 읽으려고 폈더니 찐하게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