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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유배일지] 탐라 페스티벌

25일차

by 태희킷이지


2016. 10. 15.


일어나서 첫끼를 먹고 다시 누워서 삼시세끼를 봤다. 첫방부터 확실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세 사람 중에서도 에릭이 눈에 띈다. 중간중간 생각하는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했는데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특유의 표정도 그렇고. 어린 윤균상님한테 말도 이쁘게 하는 걸 보고 왠지 기사가 떴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떴다. 흐음 역시.


오전부터 슬금슬금 올라오는 게으름을 느껴서 해질 무렵엔 아마 달리기를 안 할 것 같다. 그래서 점심 먹기 전에 신발끈을 팽팽하게 묶고 뛰러나왔다. 3킬로를 힘껏 뛰니까 식은땀 날 정도로 너무 배가 고파서 남은 3킬로는 걷는다. 주머니에 뭐라도 든 게 있으면 동네 빵집에서 탱탱한 꽈배기 하나 사먹고 싶었는데 아쉽다.


오자마자 비엔나 소시지에 칼집을 내고 달걀을 휘휘 저어서 떨리는 손으로 점심을 먹었다. 반찬은 케찹 맛이니까 당연히 맛있었는데 밥이 망해서 괴로웠다. 뜨거운 맛에 한 그릇은 먹었지만 남은 한 그릇은 밥을 지은 나조차 먹고 싶지 않을 것 같은 맛이라 누룽지를 만들어보았다. 태울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알맞게 씹는 맛이 생겼다. 흐음 맛본다 생각하고 있다 정신차리고 보니 절반을 넘게 뜯어먹고 앉아있다.


지난 번에 막걸리 먹다가 티비에서 중문에서 하는 페스티벌 광고를 봤었는데 그게 오늘이란다. 제주에서의 문화생활도 나쁘지 않고, 어차피 방에 박혀있어도 계속 낮잠이나 퍼잘 듯해서 나간다. 해질녘에 출발했으나 컴컴해지고나서 도착했다. 꽤 규모있는 메인스테이지를 슥 쳐다보고 김거지님이 왔다는 이벤트 스테이지를 향했다. 하지만 길을 잃어서 첫곡 구두쇠가 끝날 때 도착했다. 바람이 꽤 세게 불었는데 나무사이로 꼭꼭 숨겨진 이벤트 스테이지는 조용해서 집중도 잘됐다.


바람부는 메인무대에서는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는 게 아니라 바람타고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 스탭 형누나들은 가까이서 본다고 앞에 뛰러 갔는데 나는 귀가 아파서 멀리찌감치 떨어져 음악을 들었다. 오히려 멀리서 듣는 게 더 깨끗하게 잘 들리는 거 같다. 다행히 스탭형이 차를 가져와서 마지막 브로콜리 너마저의 무대도 보고 갈 수 있었다. 옆에 앉아 계시던 부부가 이제 누구 무대냐고 묻길래 브로콜리 너마저라고 아마 방송에 브금으로 많이 나와서 들어보신 노래가 있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아저씨는 나의 친절함에 크게 감동하시어 맥주를 사러 가시는 김에 내 것도 사주셨다. 5천원짜리 수제맥주를!!


맥주 맛에 감동하고 연이어 음악에 감동해 바지에 실수를 하기 전에 미리 화장실에 가다가 덕원님을 마주쳤다. 화장실을 나와서 또 마주쳤다. 물론 사내팬의 달라붙음을 좋아하시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한 마디라도 해봤어야하는데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왔다. '와 키 크시네.' 라는 생각만 하면서. 왠지 그냥 <2009년이 우리들>을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소원이 이루어졌다. 1집은 더이상 유투브에서 들을 수 없어서 아쉽지만 난 집에 씨디있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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