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차
2016. 10. 17.
밤새 열심히 움직여 뻐근한 턱을 만지면서 일어났다. 어제도 마우스피스 끼는 걸 까먹고 열심히 갈아댔나보다. 쇼파에 잠시 널부러져 있다가 때이른 체크아웃을 기뻐하며 빠르게 청소를 끝냈다.ㄲㄲ
유배지에 와서 운동보다, 끼니보다 부지런하게 챙기고 있는 낮잠시간이 돌아왔다. 낮잠을 너무 많이 자는 날엔 지끈지끈한 두통이 너무 심해서 딱 30분에서 40분만 자야한다. 뭐든 과하면 덜 하는 것만 못 하다는 걸 침으로 축축해진 베개 위에서 깨닫는다. 흠.
오늘 저녁메뉴는 이마트산 부대볶음이다. 온갖 소시지와 햄에 쫀쫀해보이는 떡이랑 토실토실한 어묵이 볶아져있는데 그 밑에 통통한 우동면이 숨겨져있는 비주얼부터 굉장하고 확신은 없지만 아마 영양학적으로도 엄청난 반찬이다. 거기에 모짜렐라 치즈까지 빽빽히 올려 체내에 필수적이며 바쁜 현대인에게 부족할 수 있는 칼로리를 상당히 높였다. 게다가 사이드 메뉴는 해물파전이다아. 우동면을 집어 올리고 있는데 저 바다에서 레드문이 떠오른다. 급하게 찍어봤지만 금방 높이 올라가면서 다시 허얘지고 말았다.
만원짜리 맥주 4캔을 리드미컬하게 흔들고 가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우리집에서 새로운 효자 책봉식이 이루어졌다고 소식을 들었다. 곧바로 그 자리를 되찾으러 가겠다고 대답하려했는데 빌어드실 유배가 언제 끝날지... 몰라서 조금 망설이다 말했다. 계획과는 좀 다르게 흘러가긴 하지만 예상과는 비슷하게 흘러가는 유배생활이다.
어찌저찌 하다 잊혀져 세탁기 안에서 쓸쓸히 지내던 빨래를 이제야 꺼낸다. 오늘의 햇빛은 다 써버렸으니 오늘은 달빛에 빨래를 한 번 말려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