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차
2016. 10. 20.
내일부터 단체손님이 온다. 도미토리에 있는 2층 침대로는 부족해서 침대를 추가로 조립한다. 그냥 나무조각들이었는데 셋이서 부지런히 움직이니까 금방 침대가 되었다. 도미토리에서 짧은 이사를 준비한다. 유배와서 입는 옷은 몇 개 안 되는데 아무렇게나 줄줄이 꺼내놓은 짐을 보고 있으니 머리가 어지럽다. 트윈룸으로 이사를 마치고 브런치먹었다. 지난 번에 부대볶음에 올라갔던 치즈를 식빵에 올려 먹었다. 뜨끈한 야채숲과 함께.
30분의 낮잠타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잠에서 깨버렸다. 스탭 동생은 초코브라우니 만들고 있다. 하나만 집어먹고 달리기를 하러 가려고 했는데 식어서 더 맛있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나를 더 집어 먹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달리는데 머리에 비가 분무기스럽게 내린다. 옥상에서 온몸을 비틀며 플랭크 2분을 채우고 또 브라우니를 집어 먹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온몸에서 초코맛이 날 것 같은 상태다. 밥하기는 귀찮고 매운 걸 먹고 싶어서 편의점 김밥에 볶음진짬뽕을 사왔다. 인중에 맺힌 땀을 닦으면서 마지막 젓가락질을 하는데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밥 먹으러 나오라고. 어제는 돼지갈비, 오늘은 소갈비다. 양념갈비를 몇 점 입에 넣으니까 입속에 남아있던 진짬뽕의 억지스러운 매운 맛이 지워진다. 유배 30일차. 잘 먹고 살 수 있으려나 했던 초반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좀 못 먹을 순 없으려나 반성이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