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차
2016. 10. 26.
창밖을 보며 조식을 먹는다. 딸기잼대신 내가 청소 알바갔을 때 다른 스탭들이 만들었다던 귤잼을 크게 한술 떴다. 일반 잼보다 점도가 읎어서 흘러내리길래 좀 의심스러웠는데 오히려 빵에도 잘 발리고 넘나 달콤하다. 이제 공장 딸기쨈 안 먹고 핸드메이드 귤잼 먹어야겠다. 주방에 있는 설탕봉지가 텅 빈 걸 보고 조금 죄책감을 느끼긴 하지만.
대학생인 친구들은 다들 시험기간이라 바쁜 게 아니라 자신이 공부하기 싫음을 이리저리 표현하느라 바쁜 것 같다. ㄱㄱㅈ이 오후에 시험이 하나 있다길래 카톡으로 타로점을 봐줬다. 적당히 좋게 얘기해줬는데 공부은 안 하고 연애운도 봐달라고 해서 카드를 다시 펼쳤다. 친구를 상대로 한 야매타로는 더 손쉽다. 카드해석으로 적당히 상황을 설명해놓고 과거의 일을 슬슬 들쑤시면서 은글슬쩍 동의를 요구하면 된다. 어떻게 된 게 뽑을 때마다 나올 것 같은 카드가 나와서 신기하다. 미래 여친 이야기에 짜식이 감동했는지 3천원을 입금했다. 내가 보는 타로는 항상 긍정타로인데 ㄲㄲㄲ
삼시세끼에서 에릭이 게살볶음밥을 한다. 내일은 부지런히 밥을 넉넉히 해서 차갑게 식혀놓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다져서 볶음밥을 해먹어야겠다. 매일 주방을 맡기는 것도 참 죄스러운 일이다. 삼시세끼를 본 날엔 주방에 좀 들어가야겠다.
<야구란 무엇인가> 책을 아직도 못 펼쳤다. 낮잠을 못 잤더니 표지만 봐도 졸려서 아껴보고 싶은 책이라 그런가보다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유배올 때 싸들고 온 잔업이 줄 기미가 안 보인다. 맘 굳게 먹고 두 세개 부지런히 올리고 나면 이런 저런 핑계로 일주일이 지나는 생활을 반복 하고 있다. 이게 잘 하는게 맞나 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