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의 만남
새로 생긴 가족, 곶감도 아니고 홍시라고?
"홍시! 홍시! 말해 봐~"
폰 카메라를 들이대며 연방 딸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붉으스레 한 털을 가진 놈은 귀찮다는 듯이 "애애앵~~ 아, 왜 자꾸 낮잠을 방해하는 거야?" 겨우 한번 울어준다. 이렇게 딸이 카톡에 올린 동영상이 끝이 났다.
서울에 사는 딸이 이사를 했다기에 얼마 전에 다녀왔었다. 그때만 해도 분명 혼자였는데 우리가 다녀간 며칠 뒤 딸은 새로운 식구를 데려온 것이다.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리 열심히 씻고, 닦고, 청소를 해도 동물에게서 나는 냄새는 어쩔 수가 없을 터이고, 주인도 없이 하루종일 그다지 크지도 않은 원룸에서 외롭게 혼자 지내야 하는 아기 고양이를 생각하면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닐진대... 더구나 세 들어 사는 입장에서 집주인이 싫어하는 일도 있다고 하니...
아내와 나는 그동안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물론 아내는 휴일 아침에 방송하는 <동물 농장>의 애청자다. TV에 나오는 동물들은 귀엽고, 애틋하고, 멋있어 하지만, 직접 우리 집에서 키우는 것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두 번 잠깐 보면서 이뻐하는 것과 막상 종일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키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이들 어릴 때 한번 겪어본 일이 있기에 아내는 감히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아마 그놈의 이름은 '하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 초딩 때, 아내와 아이들은 당시 싸지도 않은 몸값을 치러 중국 황실에서 키웠다는, 털이 북실북실하고 애완견으로는 좀 못 생긴 시추 한 마리를 사 왔다. 생후 서너 달 밖에 안 된 어린 강아지였다.
그동안 마당에서 강아지를 키워보긴 했지만 집 안에서 키워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껴안고 자려고 다투기도 하고, 똥오줌을 아무 데나 싸도 혼을 내기는커녕 그저 이쁘다며 안아주었으니... 그놈은 기고만장을 하며 제가 마치 황실의 왕자나 된 듯이 먹고 자고 뛰어노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한 마디로 어릴 때부터 교육이라는 걸 시키지 않은 주인들의 잘못으로 인해 하늘이는 덩치 큰 마당 개처럼 자라고 말았다. 그래도 똥오줌만 가렸어도 그럭저럭 참고 살았을 텐데... 아이들이 공부한다고 신경을 쓰지 않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내에게 하늘이는 점점 귀찮은 존재가 되어갔다.
오래지 않아 하늘이는 결국 당시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시던 할머니, 할아버지 댁으로 거처를 옮기고 말았다. 거기에서는 집 안이 아니라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살았을 게다. 가끔씩은 자기를 안아주던 어린 주인을 그리워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지나 않았을까...
아이들이 자라 대학생이 되었을 때, 반려견이니 반려묘니 하면서 다시 한번 키우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나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았다. 나중에 너희들 독립하거든 키우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이제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딸과 함께 사는 아기 고양이 이름은 '홍시'란다. 붉은 무늬가 들어가서 감홍시처럼 보인다나...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또 대소변을 정해진 자리에 알아서 본다고... 하기는 하는데... 글쎄, 두고 봐야지... 그래도 냄새는 어쩔 수없이 옷이나 몸에 배어들지나 않을는지...
우리가 키우는 것도 아닌데 걱정은 우리가 더 많이 하는 거 같다...
예전에는 애완동물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사람이 동물을 일방적으로 이뻐하고 사랑을 주었다면 이제는 서로에게 정을 주고받는 가족 같은 존재가 되었다. 오랜 시간 삶의 동반자처럼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우리 집 막내 '홍시'는 유기동물센터에서 분양받았다고 한다. 어느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던 길고양이가 거리에서 낳은 새끼들 중의 하나라고 한다. 다행히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새로운 식구를 만나게 된 것이다. 함께 구조된 홍시의 형제들은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해 유기동물센터에 있다고 한다.
거리를 걸어 다닐 때나, 아파트 마당에 서 있다 보면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개나 고양이들이 많다. 그들도 처음에는 자기를 귀여워하고 이뻐해 주던 주인이 있었을 게다. 아마도 주인이 싫다고 집을 나온 놈은 한 마리도 없을 게다. 이쁘다고 데려가 키울 때는 언제고, 귀찮고 번거로워지면 멀리 내다 버리는 이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존재들인 것이다.
우리는 물건이든 동물이든 오랜 세월 정이 들었다면 함부로 내다버리지는 않는다. 혹여라도 잃어버리거나 어떤 이유로 이별을 하게 되면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게 마련이다 . 더구나 정을 쏟았던 존재와의 헤어짐은 슬픈 눈물샘을 오랜 시간 자극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에서 반려동물과의 인연을 만들려 하지 않으려 하는 거 같다.
혼자인 두 존재가 서로 만났다. 마음을 나누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갑자기 찾아온 한겨울 추위에도 따뜻하게 온기를 나누는 식구가 되면 좋겠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하나의 인연이라고 생각하며 오래오래 딸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홍시야~~ 만나서 반갑다. 조만간 만나서 악수 한번 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