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복아! 만나서 반갑다...

인연

by 탁 진

따복아! 만나서 반갑다...



벌써 2월에 들어선 지도 며칠이 지났건만, 여전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한겨울 찬 기운을 가득 품고 있었다.


지난겨울이 시작되면서부터 온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많은 사건 사고도 줄줄이 발생하여 우리들의 마음을 놀라게 하고, 슬프게 하고, 안타깝게 하더니... 아직도 그 차디 찬 겨울이 끝나지 않고 있으니...


저 잔뜩 흐린 하늘이 언제쯤이면 푸르게 맑아질까... 부드럽고 따스한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설핏! 찬바람을 타고 무언가 얼굴에 부딪치는 느낌이 들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사라졌다. 뭐지? 잠시 후, 다시 다른 쪽 뺨에 아주 작은 촉감이, 아주 가느다란 시원함이 달라붙었다가 사라졌다.


아! 눈이구나...


작은 눈발들이 여기저기 바람에 날리며 나풀나풀 내리기 시작했다. 저 머나먼 하늘에서 생겨난 눈송이 하나가 이 넓은 땅, 그중에서 대한민국의 남쪽 지방 대구의 어느 동네 길 가운데 서 있는 나의 얼굴에, 긴 시간 동안 비행을 마치고 사뿐히 내려앉았던 것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수많은 눈송이 가운데 하나가 땅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 내 작은 얼굴과 만날 확률은 0.0000~~~00~~ 무한대로 희박할 게다. 그것은 너와 나의 인연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눈이 자주 오지 않는 지역에 사는 내게 모처럼 내리는 하얀 눈이 반가울 수밖에...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눈이 내리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거 같다. 세상은 점점 하얗게 더러운 것들, 나쁜 것들, 어지러운 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덮어가고 있었다.


"할아버지! 만나서 반가워요~~ 제 이름은 따복이에요..."


그날 오후, 아들에게서 우리의 손주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혼한 지 꼭 1년 만에 우리에게 찾아온 축복 같은 존재... 드디어 올 가을이면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러줄 귀여운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고 했다.


소식을 들은 아내는 기쁨이 넘쳐 흥분된 가슴을 달래느라 거실을 오가며 통화를 했다. 아마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임신을 했다고 하니 그제야 실감이 나는가 보다... 그런 며느리가 어찌 기특하고 대견스럽지 않겠는가...


따복이라고 했다, 아가의 태명이...


복을 따블로, 따따블로 가지고 올 복덩이라고... 복이 따복따복 눈송이처럼 쌓이는 복덩이라고... 나의 3세가 될 태아의 이름이란다.


어째 태명이 좀 촌스러운 감이 있는 거 같기도 한데... 흔치 않은 태명이 나중에 조리원에서 겹치지도 않고, 약간은 센 발음이 태아에게 더 잘 들린다고 하고... 아들 부부가 그렇게 따복이의 태명을 지었다고 한다.


아내는 따복이가 태교음악을 들어야 하는데 아들 집에 CD 플레이어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아들에게 자주 좋은 음악을 들려주라고 벌써 가르침을 내리고 있었다.


얼마 전, 이웃에 사는 동생 네 외손녀가 태어난 지 백일 만에 다니러 왔다기에 얼굴 보러 다녀왔다. 칭얼대는 아기를 안고 얼르는 동생과 제수씨의 얼굴에서는 연방 웃는 표정이 감춰지지 않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를 들어가며 우리도 아기를 안아보았지만, 한 단계 건너서였는지, 할아버지라는 실감은 그다지 나는 거 같지는 않았는데, 우리 며느리가 임신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이제 정말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기분이 드는 건...


우리 집안에 찾아온 특별하고 귀한 존재... 천사같이 하얗게 나풀나풀 우리 품에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따복이라는 태명으로 하늘이 주신 선물...


이제 조만간 봄이 오고, 예쁜 꼿과 나무들이 파릇하게 피어날 게다. 아마도 올 한 해는 따복이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보내게 될 거 같다...


따복아, 내가 니 할부지다... 고맙다, 우리에게 와 줘서... 우리 건강한 얼굴로 만나자꾸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늦여름이 흘러가는 신천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