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보다 빨라야 했던 불쌍한 말...
마비정 벽화마을을 찾아서...
두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우리는 마비정벽화마을에 갔다.
대곡역에서 내려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마비정 가는 버스를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마비정행 달성-2번 버스에 올랐다.
그다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우리처럼 젊은 커플들이 몇몇 있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벽화마을을 찾아가는 걸까?
버스는 머지않아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들더니 마구 속도를 내어 달렸다.
많은 식당과 카페들이 있는 정류장에서 젊은 커플들이 내리길래 아내는 우리도 내려야 하는가 싶어 버스기사에게 물으니 벽화마을이 아니란다. 그럼 왜 저들은 여기서 내리는 건가? 그들은 맛집을 찾아가는 건가? 우리는 그들의 뒷꼭지를 보며 궁금해했다.
버스는 한참을 더 가서야 우리를 종점에 내려주었다. 점심 시간이 겨우 된 거 같은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마비정벽화마을...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마을로 올라갔다.
커피점도 있고, 묵이나 칼국수, 부추전 등등 먹을 거리를 파는 조그만 가게들이 입구부터 늘어서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동네는 그다지 크지도 않았다. 담벼락 마다 여러 가지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골목길을 다니며 사진도 찍고, 언덕 위 조그만 정자에 앉아 쉬기도 하고, 짧은 대나무 터널길을 걸었다.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한가하게 힐링도 되고...^^
산능선을 따라 가는 1.9Km 거리의 올레길이 있길래 걸어 가볼까 싶어 몇 걸음 걷다가 도로 내려왔다.
마을 길을 걷는데 나뭇짐을 가득 인 지게가 있어 그 앞에서 자세를 잡고 작대기도 짚고 사진 한 장 찰칵!! 일어설 힘도 없어 보이는 내가 나뭇꾼이 되고, 날개옷을 내어주어도 이젠 몸이 무거워서 날아갈 수도 없게 된 아내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마비정, 옛날에 어느 장군이 자기 말에게, "내가 저 멀리 산에 화살을 쏠 테니 그 화살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먼저 네가 달려가거라. 그렇지 못하면 너는 내 칼에 죽고 말리라..."하고 말에게 말했단다.
말은 죽으라고 달렸겠지만, 어찌 말이 날아가는 화살 보다 빠를 수 있으랴...
결국 불쌍한 말은 무식한 장군의 칼에 목숨을 잃어버렸으니...
주인을 잘못 만난 말... 후세 사람들이 그 말의 억울함을 기리려 '날아가는 말'이란 뜻으로 <마비정>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예나 지금이나 주인을 잘 만나야 하는 가 보다...
신라시대 김유신을 천관녀에게 데려다 주었다고 죽임을 당한 말이나, 화살 보다 늦었다고 죽임을 당한 마비정의 말이나 둘 다 주인에게 목숨을 잃었는데, 붐명 둘 다 억울한 죽음인 거 같은데... 말 못하는 말이 무슨 죄가 있는지 모르겠네...
아내가 연탄불 앞에 쪼그려 앉아서 국자에다 노란 설탕을 녹이고 있다. 먼 옛날, 약 50년을 거슬러 올라가 고향 동네 문방구 앞에 어린 소녀가 되었다.
옆 자리에도 그렇게 어린 시절로 돌아간 아저씨, 아줌마들이 연탄불 앞에서 추억의 시간을 녹이며 즐거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다지 먹을 게 많지 않았던 그 시절, 어린 아이들에게 달고나는 맛있는 간식 거리였다. 하나의 연탄불에 서넛이 모여 앉아 국자에서 녹고 있는 노란 설탕을 대나무 꼬챙이로 휘휘 저으며 기분좋은 얼굴로 기다리던 시간...
아내는 한동안 그때의 그 기분, 그 얼굴로 돌아가고 싶었을 게다...
누구에게나 그리움을 가져다주는 추억의 시간들... 다시 돌아가고싶은 과거... 돌아간다면 더 잘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소다를 넣고 한껏 부풀어 오른 달고나를 철판에다 납작하게 눌러 나무젓가락에 끼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마디로 설탕덩어리인 달고나... 그 때는 이 게 그렇게 달고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둘이서 몇 번 깨물어 먹다가 길거리 쓰레기 통에 버리고 말았다...
메밀묵과 부추전 한 접시를 먹고 나오면서 아내는 딸내미 줄 거라며 삶은 옥수수를 사들었다. 아내는 사진을 찍을 때 마다 단톡방 아이들에게 전송했다. 금세 반응해오는 아이들의 말들... 실시간 모바일기술이 대단한 시대구나... 비록 같이 있지는 않아도 사이버공간에서는 함께 느끼는 기분이라...
싱그러운 가을날, 상쾌한 바람, 일상에서 벗어나 한가로이 즐기는 시간, 버스 종점에는 우리의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게하는 공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