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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Oct 12. 2021

가을비를 따라 떠나보낸 우산

회자정리라...

                   가을비를 따라 떠나보낸 우산



  정말 오랜만에 잃어버렸다. 


  어지간해서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데, 그날은 다른 생각에 골몰하다가 그만 깜빡하고 말았다... 


  외출을 하려고 아파트를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마침 가방에 넣어둔 우산이 있어 기분 좋게 꺼내 펼쳤다. 


  토닥토닥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택시를 기다렸다. 


  얼마 후, 택시는 내 앞에 섰고, 나는 우산을 접고 택시에 올라탔다.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기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급하게 내리는 바람에 미처 발 밑에 놓아두었던 나의 우산을 챙기지 못하고 그냥 택시에서 내렸다. 우산은 까맣게 잊고서... 마침 택시에서 내렸을 때 비가 그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지나서야 내 손에 우산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너무 늦었다. 


  아까운 나의 우산... 


  비록 좀 오래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쓸만한 우산인데... 나는 택시를 타고 혼자 가고 있을 우산을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비가 오나, 안 오나 언제나 나의 가방 속에 들어 있었던 우산, 항상 나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우산, 거의 2년여 동안 나를 위해 비를 막아 주었던 우산이 이젠 나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아니, 내가 떠나보낸 것이다. 


  어느 해인가, 누구의 결혼식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답례품으로 받았던 우산이 접어놓으면 아주 작아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딱 좋았는데. 그래서 그날부터 나는 그 우산만 가지고 다녔다. 


  비록 비싼 우산은 아니지만, 나의 손때가 묻고, 항상 나를 따라다녔던 지라 너무나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그 택시를 타면 나의 우산을 보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우산은 또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되겠지... 우산이 그동안 내게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주인을 위해 열심히 비를 막아주겠지. 


  정말 그러면 좋겠다. 그냥 버려지지 않고 새로운 만남을 통해 자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젠가 누가 그러더군. 


  내가 잃어버린 물건은 이제 나와 인연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속상해할 필요가 없다고... 


  나는 이제 다시 또 다른 우산을 찾아야겠다. 


  저 쏟아지는 비를 막아줄 나의 우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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