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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Nov 16. 2021

늘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우리

학력고사 치던 날... 


  뉴스에서 이제 수능이 이틀 남았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덧붙여서 막바지 시험대비를 위한 준비요령에 대해 이것저것 보도했다.


  지금 수험생들은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거다. 어른들은 이번 한번의 시험이 너의 인생을 좌우하느니 어쩌니 하면서 수험생들에게 반 공갈, 협박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불쌍한 청춘들...


그래도 그때는 요즘처럼 이렇게까지 시험을 위해 목숨걸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만 놀았지 남들은 다들 공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보다 좋은 학교에 간 아이들도 많았으니 분명 그랫던 것 같네... 그렇지만, 성적때문에 친구들과 서로를 경계하거나 백안시하는 일은 없었다. . .


  그때는 지금처럼 무조건 밤 늦게까지 남아 공부해야하는 것은 아니었다. 진짜 말 그대로 자율학습이었다. 정규수업을 마치면 각자 가고 싶은 데로 갔다. 


  명색이 고3인데 대학은 가야 할 것이고... 나는 수업을 마치면 수준이 비슷한 친구와, 물론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지만, 공부도 나와 비슷한 정도인, 한마디로 유유상종... 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또 하나의 도시락을 꺼내 들고 식당으로 갔다. 대개 밥만 들어 있는 도시락이었다. 반찬은 낮에 다 먹어버렸으니... 먹은 게 아니라 사실은 젓가락들고 다니는 놈들에게 거의 갈취(?)를 당했으니... 두번째 도시락과 함께 먹을 반찬은 하나도 남지 않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우리 학교 식당은 그래도 메뉴가 다양했다. 비록 고기는 찾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름이 몇 방울 떠다니는 국밥, 턱 하니 불은 우동에 시커멓게 짜장을 끼얹은 짜장면... 뭐, 이게 

다네.. 생각해보니.. 많지도 않네.. 그 외에 매점에서 파는 도너츠와 우유... 


  친구와 함께 달랑 국만 사서 식은 밥을 말아 씩씩하게 저녁을 먹는다. 한창 먹을 때니 뭐든지 닥치는대로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배불리 먹고도 혹시 친구놈이 밥대신 빵을 먹으면 또 한 입 거들어주고...


  저녁을 다 먹고 나면 금방 공부를 할 수는 없게 마련이다... 밥먹고 금방 책을 보면 식곤증이란 놈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졸음이 오니 소화도 식힐겸... 작은 테니스공을 가지고 축구를 하며 배를 꺼지게 하는 것이다... 


  한참을 하다보년 이건 소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땀을 뻘뻘 흘리며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공부는 그래도 해야했다. 대학에 가야하기 때문에... 자식 공부시키겠다며 매일같이 열심히 일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부지런히 책을 봐야 했다... 


  나도 아들에게 공부해서 날 주느냐고, 다 널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자식은 부모를 위해 공부를 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있다고 한다. 정석 수학 I, II, 해법 수학, 성문영어 시리즈... 정말 생명력이 긴 책들이다.. 예전에 아들이 보는 성문종합영어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책 

모양이 많이 달랐다. 아마도 그 참고서 저자는 돈 많이 벌었을 거야. 대를 이어 책을 팔고 있으니...^^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 믿거나 말거나.. ㅎㅎ. 


  아, 우리 때는 학력고사였다. 내가 시험치던 날도 항상 그랬던 것처럼 추운 날씨였다... 안그래도 긴장이 되는데 고사장에는 왜 난로도 안 피워주는지... 그동안 공부했던 거 꽁꽁 얼어붙어서 생각이 제대로 날는지 걱정아닌 걱정...


  고사장까지 함께 택시를 타고온 우리 엄마는 날 교문에 들여 보내 주시고는, "잘 치고 오너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교문 앞에는 뜨거운 차를 파는 사람, 가족들이 손을 비비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한 아주머니는 교문에다 엿을 눌러 붙이느라 까치발을 하고 있었다. 염주를 두손에 꼭 쥐고 입으로 연방 관세음보살, 중얼중얼 기도를 하는 아주머니도 볼 수 있었다. 시험치는 내내 추운 바람이 부는 교문앞에서 자식이 시험 잘 치르고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부모의 정성들이 가득한 풍경이었다... 


  분명 우리 엄마도 모정이 넘첬을 텐데... 아마도 날 꽈~악 믿고 있었나 보다... 원체 내가 큰소리를 쳐 놓았으니... 


  어떻게 시험을 쳤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아는 문제는 다 풀었다... 문제는 얼마나 아는 문제가 많았느냐겠지만.


  하여튼 3년 고생의 끝이 났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고... 


  나는 이미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이 정해져 있었다. 여름이엇던가? 어느 날, 선배들이 자기 학교 오리엔테이션 한다고 학교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선배들의 꼬임(?)에 넘어가서 꼭 그 학교에 가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시험결과가 나오기까지 지루하고 조마조마한 날들이 계속 되었다... 시험에 대한 해방감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은 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함으로써 끝이 났다. 어쨌든 결과는 좋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여~~   


  우리 아이들도 수능을 치고, 조카들도 모두 수능시험을 쳤다. 지난 해, 막내 동생의 작은 딸이 마지막으로 수능을 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우리 집안에서는 당분간 수능 칠 아이가 없다. 지금 네 살인 누이의 외손자가 커서 수능시험을 치려면 좀 오래 걸리겠지만, 그때는 또 어떤 시험제도가 생길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 마무리 공부 잘 하여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시험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그래도 시험은 쳐야하겠지...?


  그런데 살아보니 학교 졸업 했다고 끝이 아니더구먼. 나이가 들어도 시험 칠 일이 이리저리 자꾸 생기더라...  운전면허시험, 토익시험, 취직시험,승진시험, 자격증시험... 으~ 뭔 시험이 이리도 많은지...ㅠㅠ 어쩔 수 없는 경쟁사회라서 판가름의 잣대는 정녕 시험 뿐인가....?  


  아,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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